'2009/07'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09.07.23 제목을 입력해 주세요. 2
  2. 2009.07.20 김이박 여행기, 파리
  3. 2009.07.13 미인 美人
  4. 2009.07.10 노마드 Nomad
  5. 2009.07.10 메이드 인 차이나
  6. 2009.07.10 간판
  7. 2009.07.10 여기나 거기나 거기나 여기나
  8. 2009.07.09 돈냄새
  9. 2009.07.09 김이박 여행기, 신두리
  10. 2009.07.04 김이박 여행기, 상동리

제목을 입력해 주세요.

인용과 링크 2009. 7. 23. 00:26

하나,

몇년 전 부터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눈여겨 보는 버릇이 생겼다. 제14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열외인종 잔혹사]를 알라딘 미리보기를 통해서 시작 부분만 조금 읽어 보았는데, 재미있고 맘에 들어 언젠간 전체를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주원규가 썰을 푸는 방식도 문체도 맘에 들고 무엇 보다 '강남역 7번 출구/신촌역/압구정'과 같이 서울의 특정 장소를 그 장소에서 풍겨오는 느낌과 함께 소설 속에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든다. 게다가 소설의 '대사건'이 펼쳐지는 무대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거려지는 공간인 삼성역 코엑스몰.


두울,

몇년 전 부터 책표지의 저자 소개를 눈여겨 보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내가 눈여겨 보는 저자 소개는 다음과 같은 종류의 것 들로써, 이른바 [여행에세이]에서 주로 발견 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자면, (대충 검색해서 나온 첫 번째 결과를 인용한다.)

19XX년 출생. '지구에 와서 건진 건 우연히 카메라를 손에 쥔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날마다 하늘냄새를 킁킁거리며 살아가는 그녀. 다양한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여러 잡지에 ‘티양Teeyang’이라는 이름으로 사진과 글을 실어왔다. 현재 무경계 문화펄프 연구소 XXXXX의 사진부 팀장으로 활동 중에 있다. 

날마다 하늘냄새를 킁킁거리며 살려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궁금하다. 듣기만 해도 참 힘들어 보인다. 가만 보면 저자 소개에도 어떤 '트렌드'가 있는 것 같은데, 대체 이런 씨네21 김혜리 기자 글 스러운, 마치 '낙타를 닮은 속눈썹이 차양을 드리운 상한 눈은 물기를 비쳤다가도 금세 파란 빛을 발하는(김혜리가 쓴 유시민에 대한 묘사)' 듯한 저자 소개들은 누가 쓰는 것일까? 저자가 직접? 출판사 마케팅 팀장님이? (혹은 그 팀장님의 지시하에 팀원 김이박 대리가?) 아니면 저자 소개 전문 작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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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박 여행기, 파리

김이박 이야기 2009. 7. 20. 00:44

김이박은 문득 파리 생각을 했다.

'아아. 파리. 아니지. 빠리라고 해야지. 파리라고 하면 날아다니는 파리와 헷갈릴 수 있으니. 다시 빠리. 아아. 빠리. 물론 빠리라고 발음 할 때 이미 내 마음은 공중에서 춤을 추고 있어. 그렇게 내 맘이 춤을 출 때면 빠리에 가서 택시 운전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야. 그리고 나서 책을 하나쯤 써도 좋겠지. 제목은 음,,,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정도가 어떨까 싶어. 어때, 근사하지? 서울의 택시 운전은 술 냄새와 톱밥 냄새에 쩔어 있지만 빠리의 택시 운전은 에스쁘레쏘 향과 끄로와쌍 향에 젖어 있겠지. 아. 끄로와쌍 향이 뭔진 몰라. 먹어 본 적도 없어. 그냥 넘어 가자구. 시적 허용. 오케?'


김이박은 일 년 뒤 빠리에 갔다.

'샤를 드 골 공항에서 내려 노르드 역으로 갔어. 메트로를 타고 삐갈 거리로 갔지. 거리를 걷고 있는데 빠리지엔느 들이 나를 반겨 주더군. 얼마나 예쁘던지! 저 치렁치렁한 금발과 휘날리는 스카프와 펄럭이는 치마와,,, 어라랏. 나한테 다가와 전화번호가 들어 있는 명함을 주고 가더군. 봉수와 Bonsoir?'


삐갈 거리는 사창가로 유명한 곳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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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美人

에세이 2009. 7. 13. 20:54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를 가로지르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은 번잡하고, 시끄럽고, 특색은 하나도 없는 프랜 차이즈 중심의 레스토랑으로 가득 차 있는 곳. 장점이 있다면 교통의 요지라는 것. 이건 한 이 년 전 까지의 기억이다. 서울은 워낙 모든 것들이 바뀌는 곳이니까. 바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바뀌는 방향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곳이니까. 

그런 특색없는 공간에 특색있는 술집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미인'. 나이 드신 할머님과 할머님의 아들인 듯한 삼십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남자 분과 그 남자 분의 부인이 운영하던 곳으로 기억한다. 가게 바깥의 흰색 간판에는 신윤복의 미인도가 엷게 스케치가 되어 있었고, 내부 벽에는 미대를 나온 부인되시는 분이 작업한 추상화 몇 점이 걸려 있었다. 황태구이 안주와 맥주를 곁들이면 참 맛있었다. 자주 갔다. 자주라고 해봤자 다 합쳐서 열 번을 넘지는 않았겠지만. 그 곳을 발견하고 나선 각기 다른 그룹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도 모두 그 곳으로 데려 갔다. 갈 때 마다 그 안은 한산하고 조용했다. 테이블은 다 합쳐서 대략 일곱 개 정도 되었던 것 같다. 한 테이블에 네 명씩 앉을 수 있다고 치고 테이블이 손님들로 꽉 차도 대략 스물 여덟 명이 들어 갈 수 있는 술집이었다. 

뭔가 강남역스럽지 않았다.


딱 한 번 스물 여덟 명을 모두 채운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여느 때 처럼 황태구이와 맥주를 시켜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주 오랫동안 보아온 얼굴들이라서 사실 굉장히 새롭고 불꽃튀는 이야기란 없었는데, 문득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몇 명이 들어와서 맞은 편 벽의 테이블 다섯 개를 가리키면서 여길 좀 예약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올 거라면서. 그리고 테이블을 모두 붙여 한 데 모은 다음 한 명은 다시 핸드폰을 붙들고 나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자리를 메웠다.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 그룹은 이내 우리의 주목을 끌었다. 모여드는 사람들이 모두 남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 그룹도 남자 셋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어느 덧 열 몇 명이 모여 드는 데도 모임에 여자 한 명 없다는 사실은 무척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처음엔 같은 부대에서 근무를 한 군대 모임인가 싶었다. 하지만 테이블 마다 적당한 안주 하나씩 깔리고 술잔이 각각 놓였는데도,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 별 다른 대화가 없이 핸드폰 액정 화면을 바라 보거나 시계를 바라 보는 등 하나 같이 딴청을 피우고 있는 걸로 봐서는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사람 들이 더욱 많아져 스무 명을 넘었을 무렵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그 누군가가 등장했다. 모인 사람은 모두 남자, 그리고 그 누군가도 남자였다. 그 누군가가 등장한 이후로 그 술집에서 말을 하는 사람은 그 누군가 밖에 없었다. 술집을 운영하는 나이 많으신 할머님과 할머님의 아들인 듯한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분과 그 남자분의 부인되시는 분도, 나와 내 친구 두 명도, 묵묵히 입을 닫은 채 그 누군가의 말을 경청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그 누군가의 말을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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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Nomad

2009. 7. 10. 22:35

탈북자도 
노마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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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차이나

2009. 7. 10. 22:32

중국 대사관 앞
시위대의 팻말

FREE TIBET
티벳에게 자유를
SHAME ON CHINA
부끄러운 줄 아시오, 중국이여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의 라벨

MADE IN CHINA
메이드 인 차이나


:

간판

2009. 7. 10. 22:09

저것들은 소리없는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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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나 거기나 거기나 여기나

2009. 7. 10. 22:02

포드차 지붕 위 휘날리는
성조기와 푸른 다윗의 별

그차의 범퍼 스티커,

ABORTION IS MURDER and MURDER IS CRIME!
낙태는 살인이고 살인은 범죄다!


서울시청 앞 가득메운
태극기와 성조기

그들의 플랜카드,

친북좌파척결!


:

돈냄새

2009. 7. 9. 10:13

천 원 짜리
일 달러 짜리
똑 같은 냄새
향긋하면서도 구린

:

김이박 여행기, 신두리

김이박 이야기 2009. 7. 9. 10:12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상동리 앞에서 김이박은 하룻 밤 묵을 곳을 찾다가 여인숙을 발견했다. 주인장에게 만 원을 쥐어 주고 방안으로 들어선 김이박은 순간 온 몸에서 가려움을 느꼈다. 호텔, 유스호스텔, 모텔, 여관이 아닌 여인숙은, 난생 처음이었다. 가방을 놓고 방을 나와 여인숙 옆 슈퍼로 들어가 하이트 맥주 한 피처와 담배 한 갑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샀다. 여인숙 앞 길에선 어느 나이 지긋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눈웃음을 치며 김이박에게 학생, 놀다가지 그래, 라고 말을 걸었고, 한 쪽 켠에는 얼굴이 까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옹기종기 서 있었다. 

방 안에서 맥주를 들이키고 마음이 가라 앉자 그제서야 가려움이 사라졌다. 서서히 그 한 평 짜리 공간에 익숙해져 갔다. 김이박은 순간 이 곳이 잠시 거쳐가는 곳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상을 살아야 하는 공간이 된다면 어떨까, 과연 살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지금 꾸고 있는 꿈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꿈을 꾸고 있을 걸. 간단히 답을 내리고 난 후 가방을 열어 책 두 권을 꺼냈다.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와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여행의 목적이 죽으러가는 건 아니었으나. 

김이박이 자기방 한 켠의 커다란 책꽂이 앞에 서서 딱 두 권을 챙겨야겠다고 마음 먹었을때, 이상하게도 그 두 권이 연결되어 눈에 들어 왔다. 자기방에서는 전혀 읽히지 않았던 그 글줄들은 이상하게도 여인숙방에서는 죽죽 읽혔다. 한 시간 쯤 지났을까. 얇은 벽을 타고 옆 방 여자의 신음소리가 김이박의 귀에 들어왔다. 남자와, 어쩌면 여자와, 혹은 홀로 만들어 냈을 그 소리. 솔직했다.

이틑날 아침 김이박은 여인숙 앞 히드라 침 튀기는 소리가 요란했던 PC방에서 갈 만한 곳을 검색 한 끝에 버스를 타고 변산반도로 향했다. 변산반도에 도착해서 노을, 시원한 바다 전경,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 한적한 바닷가, 한적한 먹자골목의 횟 집 창문마다 와글와글거리는 주문표들을 감상했다. 아름다운 자연과 익숙한 풍경들. 지겨웠다. 

역전의 또 다른 여인숙으로 향했다. 이번엔 가렵지 않았다. 만 오천원 짜리 여인숙방은 오천원의 값어치 만큼 욕조와 TV가 딸려 있었다. 뜨거운 물을 욕조에 받고 맥주를 마시며 오랜 만에 TV를 켰다. 놀랍게도 TV에서는 마침 왕가위의 영화 [중경삼림]이 방영 되고 있었다. 나이스 타이밍. 김이박은 TV를 틀어 놓은 상태에서 옷을 벗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불 붙인 담배를 입에 물었다. 뜨거운 물에서 나오는 뿌연 수증기와 뿌연 담배 연기가 섞였고, 마침 TV에서는 [몽중인 夢中人] 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완벽했다.

영화가 나를 집어 삼킬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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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박 여행기, 상동리

김이박 이야기 2009. 7. 4. 19:24

김이박은 불현듯 떠오르는 낭만적인 공상들과 돈을 챙겨 집을 나섰다. 서울역으로 향했다. 그는 기차를 타 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에 어디선가 접했던 낭만적인 풍경에는 항상 기타와 칠성 사이다와 춘천행 기차가 함께 했지만, 춘천엔 가본 적도 없었고 기타는 칠 줄 몰랐고 칠성 사이다는 마셔 본지 오래.

서울역에는 전경들로 그득했다. 정부는 전국 농민대회를 일치감치 불법으로 규정지었다. 전경들은 전국 농민대회를 며칠 앞두고 상경하는 농민들을 하나 둘 씩 체포했다. 그는 전경과 농민들을 지나 서울역 매표소 앞에 섰다.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자동 매표기 앞에 섰다. 그는 어디로 가야할지를 정하지 않은 채로 집을 나섰다. 서울에서 가장 낯선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는 지명을 검색하다 그럴듯한 지명 하나를 발견했다. 상동리. 순간 김이박의 머리 속에선 -리, 에 걸맞는 -리, 스러운 풍경들이 펼쳐 졌다. 양촌리는 아니지만 상동리에는 전원마을이 펼쳐져 있고 담임 선생님에게 참 잘했어요, 라는 도장을 받기 위해 전원일기를 쓰는 금동이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동리에 가는 기차 표를 손에 쥐고 김이박은 기차에 올라 탔다. 옆 자리에는 한 아줌마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기차가 서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창 밖에는 익숙한 경부선 고속도로변과는 사뭇 다른 풍경들이 펼쳐 졌다. 상동리. 그는 심지어 그 곳이 어느 도에 있는 지도 몰랐다. 경상도인지 강원도인지 충청도인지 혹은 전라도인지. 경기도일지도 몰랐지만, 왠지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설레였다. 투닥투닥, 투닥투닥. 무궁화호는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냈다. 김이박은 그 소리를 좋아했다. 

옆 자리에 앉은 아줌마가 통화를 시작했다. 투닥투닥, 여보세요, 투닥투닥, 아들, 나야. 투닥투닥, 잘 지내 아들? 투닥투닥, 이번 방학 때 내려 올 거지? 투닥투닥, 뭐라고? 투닥투닥, 뭐하는데? 투닥투닥, 안 내려 온지 꽤 되었잖아? 투닥투닥, 그러지 말고 내려 와. 투닥투닥, 아니, 방값도 보내 달라고? 투닥투닥, 용돈은? 투닥투닥, 벌써 다 썼어? 투닥투닥, 아니,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투닥투닥, 집 근처에서 과외 해도 되잖아? 투닥투닥, 알았다, 알았어. 투닥투닥, 알았어, 끊는다. 투닥투닥, 투닥투닥, 투닥투닥.

통화를 마친 아줌마는 전화기를 한 동안 만지작 거리다가 창 밖을 내다 보았다. 어느 새 창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점점 상동리에 가까워져 가는데 아파트의 갯수는 점점 늘어만 가자 김이박은 다소 불안했다. 이윽고 기차가 멈추고 사람들을 쏟아 냈다. 김이박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기차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기껏해야 경기도 언저리에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긴 상동리인데, 여긴 어디지? 

상동리역 앞 광장에는 커다란 관광 안내도가 붙어 있었다. 광주광역시 관광 안내도. 김이박은 순간, 서울의 청량리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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