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들추어 본 로스엔젤레스 관광기

카테고리 없음 2009. 1. 29. 21:28

2004년 겨울, 샌프란시스코 관광기에 이은 로스엔젤레스 관광기다. 일기장을 들고 다니면서 대강대강 적고 나서, 관광을 끝낸 직후 한국에 돌아와 정리했던 글이다.


첫째 날.

헐리우드. 헐리우드. 드디어 말로만 듣던 헐리우드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올라 왔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헐리우드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이제 드디어 유스호스텔에서 잠을 잔다. 처음이지만 이내 적응하였다.

Sunset Blyd. 해가 지는 큰 길? 멋진 길이다. UCLA 대학을 구경하러 가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연구소 같은 곳에 잘 못 들어가서 한참을 헤맸다.

밤에 보는 Chinese Theater는 정말 멋있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얽매이지 말자!라는 문구가 이 페이지에 적혀 있다. 아마도 저녁에 무얼 할 지 고민하면서 적은 것 같다. ..히 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스타일이 아니다. 저쪽에서 말을 걸어오지 않는 이상 먼저 말을 걸진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유스호스텔에 있던 한 무리와 친해졌고, 흑인 한 명과 그가 집적대고 있는 스코틀랜드 여자 애 한 명, 그리고 웨일즈 여자 애 한 명, 그리고 일본애,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 유스호스텔을 나섰다. 사실 조니 뎁이 운영한다는 Viper Room을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뭐 녀석들의 목적지가 다른 곳이라 잠자코 따라갔다. 혼자 Viper Room에 가는 것 보다는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는 것이 재미있지 않겠는가.

그 흑인 녀석은 내가 군대에서 접했던 흑인 영어를 쓰지 않는 녀석이었고, 일본인 녀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여행을 다니는 녀석이었다. PUB 같은 곳이었는데, 사람들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뭐 그리 쓸데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서도. 뭐 예를 들면 웨일즈 애 한테 니는 왜 액센트가 그따구냐 등등. 흑인 애보곤 너 뭐하고 사냐. 너는 흑인 영어 안 쓰는 것 같다 등등. 브라질 아저씨, 오스트레일리안 녀석, 그리고 거의 발정난 것처럼 보이는 미국애 한 명. 결국 그 녀석은 여자를 한 명 꼬셨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말도 안 되는 코스모폴리탄 의식에 젖어 마시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밤 시간이 흘러 갔다. We are the world~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Yes.

 

둘째 날. 

시티 투어를 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서. 결국 시티 투어를 포기해 버렸다. 결국 베버리힐즈를 제대로 못 보았지만.

드디어 코리아 타운에, 버스를 타고 가다. 헤매고, 또 헤매고. 교회가 많고, 병원이 많다. 중심가에는 못 가본 듯 하다. 하지만 한국만의 무엇이 있다는 느낌은 잘 안 느껴졌다. 그냥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간판의 그것이랄까? 중심가를 못 가봐서 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서도.

그 유명한 로데오 거리도 소문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보다 규모도 더 작았다.

옷차림을 보니 일본인들이 이제 구별이 좀 되는 듯 하다. 역시 아직 가장 촌스러운 것은 중국인들이고 한국인 일본인 순으로 조금씩 나아 지는 듯 하다. 아무튼 일본 애들은 한국인들 옷 입는 스타일과는 또 약간 다르다.

뭐랄까. 곳곳에서 느낀 것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Japan Culture는 이미 세계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애니메이션과 게임과 만화, 그리고 음식들.

산타모니카 해변은 날씨가 안 좋아서 망쳤고, 쇼핑 센터를 구경하다가 몽골리안 소고기인가를 먹었다. 그리고 베니스 해변으로 갔다. 뭐랄까. 산타모니카와 베니스 해변의 차이는 해운대와 광안리의 차이랄까? 라고 말하면 너무 단순하게 말한 것이고, 아무튼 산타모니카가 좀 깔끔한 분위기라면 베니스 해변은 먼가 히피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물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바람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힘들다. 무거운 베낭을 짊어지고 비가 오는 가운데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란. 정말 힘들다. 드넓은 L.A를 베낭 메고 버스 타고 볼 생각을 했다니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 아무튼 밤 비행기를 타러 LAX...


덧. 역시 그 때는 '어렸다'. 베니스 해변은 나중에 알고 보니 짐 모리슨이 레이 만자릭을 만나서 The Doors를 결성했던 곳이었다. 베버리힐스를 멍청하게도 구경하겠다고 마음 먹은 다음 바보 같이 그 곳엘 버스를 타고 갔다. 그 곳에서 나는 나 처럼 '노란 책, 세계를 간다' 를 들고 서성대다가 버스를 기다리는 또 다른 바보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겉에는 일본어가 적혀 있었지만, 그 '노란 책'의 디자인은 똑 같았다. 

문득 유스 호스텔에서 만났던 그 일본애가 기억이 난다. 일 년은 공장에서 일하고 일 년은 여행을 다닌 다는 그 녀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솔직히 그 때는 속으로 무시하면서 코웃음을 쳤던 것을 떠올라서 글을 옮기면서 좀 괴로웠다. 

LA엔 일정 상 이틀을 있었지만,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은 도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LA에 사는 사람들이 혹여나 이 글을 읽으면 좀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LA는 특별한 일 - 이를테면 돈이 생길 일 - 이 없으면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은 도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일반적인'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취향을 어느 덧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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