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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3 1984
  2. 2009.06.30 [잭슨 폴록]과 [낸시 랭]: 예술의 형식이라는 관점에서
  3. 2009.06.20 [이명박]과 [소라 껍데기] : 공공 미술품 관점에서
  4. 2009.03.25 Make sense, Ple-ee-ase
  5. 2009.03.24 미국 내 한국 음식점 기획안 2
  6. 2009.02.12 여행의 세 단계
  7. 2009.01.23 오바마 취임에 대한 인종별 반응
  8. 2009.01.21 책 많이 읽는 다는 소리를 듣는 방법
  9. 2008.12.08 아이브레인 iBrain

1984

구라 2010. 3. 23. 17:06
다음은 소설 [1984]의 첫 머리이다. 


"1899년에 태어 났더라면 대한 독립 만세를 불렀을 것이고, 1930년에 태어 났더라면 전쟁에 휩쓸렸을 것이고, 1960년 즈음에 태어 났더라면 데모를 했을 것이다. 1930년 즈음에 남아메리카에서 태어 났더라면 체 게바라를 쫓아 다녔을 것이고, 1940년 즈음에 북아메리카에서 태어 났더라면 히피로 살았을 것이다.

1984년 생. 내게 그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일들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옳다는 확신을 가질 일들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옳다는 확신을 가지며 동지들과 우애를 다지며 일치감과 소속감을 가질 일들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근래 쭉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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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폴록]과 [낸시 랭]: 예술의 형식이라는 관점에서

구라 2009. 6. 30. 08:45

누군가가 '예술은 무엇입니까?'라고 거대하고 실체 없어 보이는 질문을 한다면 '형식입니다.'라고 간략하게 대답할 것이다. 

...


형식이 없어 보이는 예술에도 잘 살펴 보면 형식이 들어 있다. 이를 테면 미국에서 자국의 예술가를 띄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명해진 예술가들 중의 한 명인 잭슨 폴록 Jackson Pollock 은 물감들을 커다란 캔버스에 흩뿌리는 것으로 그림을 완성했는데, 관람자가 그 잭슨 폴록의 그림 앞에 서서 그가 '물감들을 커다란 캔버스에 흩뿌리는 것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라는 '형식'을 알고 있을 때, 비로소 그 작품은 형식을 갖춘 예술품이 된다. 

현대 미술이라는 장르에 속하진 않지만, 김 훈을 예로 들면, 그의 작품 뿐 만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신문기자로 일해 왔다는 점, 그가 독일제 연필로 글을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서' 쓴다는 점, 또한 '형식'이 된다. 문학동네 카페에서 연재되고 있는 김 훈 연재 소설 페이지에는 그가 직접 연필로 휘갈겨 쓴 원고지가 스캔이 되어 올라 오고 있는데, 그게 결코 괜한 짓거리가 아니라는 소리다. 예술을 감상하는 것에서 '형식'을 감상하는 것은 결코 빠질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과격하게 나아가 보자면, 잭슨 폴록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서 꼭 그의 그림을 볼 필요는 없다는 일종의 궤변도 통용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나도 그의 그림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고 있다. 어차피 그의 그림에 있어서 '형식'은 예술품 바깥에 있다. 

Pop-Artist 라고 스스로 주장하고 있는 '낸시 랭 Nancy Lang' 또한 이런 관점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가 만들어 낸 예술품 자체는 아무런 형식도 가치도 찾아 볼 수가 없지만, 그의 예술품 바깥의 요소, 어느 정도 나이 먹은 예술계 주변의 오피니언 리더 남성들의 취향을 잘 겨냥한 아낌없이 베푸는 '애교' 와 남자를 집어 삼킬 것 같은 퇴폐미가 전혀 없는 매력 없는 '섹시함'을 발산하면서 남성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도 그녀의 '매력'들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녀의 '이름 자체', 등등을 통해 볼 때 분명히 '형식'이 들어 있다. 돈에 의해서 마치 모든 것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이 '포스트-모던 Post-Modern'한 시대에서 '실제 생활'에서 형식을 구축한다고 해서 욕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 형식의 수준을 논할 일이고, 싸구려다. (오해 없길 바란다, 지금 싸구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인 '박혜령'이 아니라, 예술가/예술품 '낸시 랭 Nancy Lang'이다.)

한 편 앞에서 말한 '실제 생활'이라는 것이 실은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실제 생활'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예술 내부에서 '형식'을 구축하려 하기 보다는, 미디어를 통해서 '형식'을 구축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점에서 볼 때 '연예인'과 매우 닮아 있다. 배우와 연예인을 비교 하면서 예를 들어 보자면, '배우'는 작품 안에서 '삶'을 연기 하지만, 삶 속에서 '미디어'를 통해서 '배우 연기'를 하는 것은 '연예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미 예술가/예술품의 '형식'이 작동하는 공간은 미술관이라는 공간과 퍼포먼스 Performance 공간을 벗어나 미디어 공간에서도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고 이런 점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 필요도 있다. 잠깐 과거로 거슬로 올라가 보아도, 변기가 미술관 안으로 들어 오면서, 이미 만들어진 상업 제품과 예술품의 차이가 허물어지고, 미술관과 일상 공간의 경계가 느슨해진 것이 '서구'에서 1917년에 벌어진 일로, 벌써 92년 전의 일이다. 그 이후에도 예술은 '무궁한 발전'을 이루었고, 한국 사회는 열심히 '서구'를 따라 잡기 위해 지금도 불철주야 노력 중이다.

'연예인'을 굳이 번역하자면 '셀러브리티 Celebrity'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데, 이렇게 '예술가/예술품'이 '미디어'를 통해서 어떤 형식을 구축하려고 드는 새로운 형식을 갖춘 예술 장르를 Celebrity-Art 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의 탄생으로 바라 보는 것은 어떨까 싶고, 이런 면에서 본다면 삶 속에서 미디어(포탈 사이트, 싸이월드)등을 통해서 '배우 연기'를 하는 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아방-가르드 avant-garde' 들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잭슨 폴록으로 돌아가보자. 그가 칭송되었던 배경에는 현대 미술이라는 부분에서 미국이 유럽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 들어 있었다. 팽창하고 있는 한국의 현대 미술에 있어서도 스타가 필요하다. 나아가 이젠 스타가 필요한 것 뿐만이 아니라, 한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새로운 장르를, 새로운 것, 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 새로운 장르로 '셀러브리티-아트 Celebrity-Art' 가 있고 그 한 복판에 '낸시 랭 Nancy Lang'이 있다. 

물론 이미 미국에도 패리스 힐튼 Paris Hilton 과 같은 Celebrity-Art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긴 하지만, 미국은 포탈 사이트가 한국 처럼 발달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아직 Celebrity-Art 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통용되고 있지는 않으므로, 먼저 저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국가가 임자라고 볼 수 있겠다.


...

'예술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나는 '형식입니다.'라고 대답할 거라고 했다. 만약 '예술이 지니고 있는 '가치'중에서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바꿔서 묻는다면 나는 '진실입니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예술이 지니고 있는 가치 중에서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달성되기 위해서 '형식'은 얼마든지 '도구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통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쌓이는 기술 Craft 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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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소라 껍데기] : 공공 미술품 관점에서

구라 2009. 6. 20. 18:30

The Museum of Post-Modern Art

[이명박]


2007년 12월 19일 作

투표자들 | 피와 뼈와 살

여기저기




[소라 껍데기]


2006년 

클라에스 올덴버그, 쿠제 반 부르겐 | 알루미늄 주물

청계광장






해설

[이명박]은 그를 뽑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상징하면서도, 살아 있어 걸어 다니기 때문에 미술관 밖에서도 관람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공공 미술품이다. 그를 뽑은 사람들의 내면에 들어 있던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탁월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그를 뽑았던 사람들에게, 마치 거울을 들여다 보는 듯한 효과를 지닌 자기 반영적인 작품으로 기능하길 기대하고 있다. 요즘 들어 어느새 검찰, 경찰과 같은 공권력이나 구속, 수사와 같은 것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데, 본래의 훌륭한 예술적 가치를 점차 잃어 버리고 있는 것 같아 보여 안타깝다. 

[이명박]이라는 공공 미술품은 그가 어떤 것을 상징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아 차리기 쉽다는 측면에서 공공성을 지닌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은 이명박이 서울 시장에 재직하면서 서서히 공공 미술품으로 기능하려 하고 있을 2005년-2006년 무렵에 설치 되었던, 서울시 청계천 초입에 솟아 있는 [소라 껍데기]라는 또 다른 공공 미술품과 비교 된다. 이 작품 [소라 껍데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보를 아는 것이 필요하고, 그 정보들은 공공 미술품 [이명박]의 배경 정보를 아는 것과 달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검색이 필요하다. 

당시 회사 KT에서 작가에게 들인 돈과 제작비를 모두 포함해서 34억 원을 들여 서울시에 기부했던 이 [소라 껍데기]는 팝 아트 Pop-Art 작가 클라에스 올덴버그라는 스웨덴계-유태계 미국인과 그의 아내 쿠제 반 부르겐이 공동 설계한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Spring]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데, 작가들은 청계천을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이 이 [소라 껍데기]를 설계했다. 당시 '서울의 랜드 마크'를 만들 것을 염두에 두고 서울시 산하에서 청계천 상징 조형물 선정과 제작 등의 업무를 위임 받은 곳은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곳으로 당시 대표 이사는 [이명박]과 함께 역시 요즘 살아 있는 공공 미술품으로 활약 중이신 [유인촌]이다. 추측하건데, 선정 과정에서 어느 유명한 미술관련 인사가 미술계에서 유명하다고 알려진 클라에스 올덴버그라는 사람을 추천했을 것으로 짐작 된다. 

이 [소라 껍데기] 감상에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계천과 그 [소라 껍데기] 사이에는 아무런 역사적, 문화적 맥락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보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청계천과 그 [소라 껍데기] 사이에는 아무런 역사적, 문화적 맥락도 없다, 라는 맥락'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지만, 비로소 그 맥락 안에서 [소라 껍데기]가 품고 있는 진정한 메세지가 이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그 [소라 껍데기]를 감상하는데는 여느 현대 미술 Modern Art 이 그러하듯이 사전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하고 감상에 있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 해야 한다. 허나, 본래 공공 장소에 설치 되는 공공 미술품이라는 것은 얼른 알아먹을 수 있어야 하므로 이러한 [소라 껍데기]의 특징은 공공 장소에 설치 되는 공공 미술품으로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저 [소라 껍데기]는 제대로 된 장소를 찾아서 제대로 다시 전시 되어야 한다. 마치 현대 미술 Modern Art 이 현대 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을 떠나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것 처럼. 변기는 미술관 안에 있을 때 예술품이지, 화장실 안에 있으면 변기일 따름인 것 처럼.

[이명박]이라는 공공 미술품의 공식 전시 기간은 (아직까지는) 2013년 2월까지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은 여러 번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라건데, [이명박]의 전시 기간이 끝나는 대로 그 재산으로 저 34억 짜리 [소라 껍데기]를 서울시로부터 다시 사들여서 이명박 자신의 집 뒷 마당에 세워 놓아 가치를 높여 주었으면 한다. 그의 집 뒷 마당이야말로 저 [소라 껍데기]가 놓여져 있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맥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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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sense, Ple-ee-ase

구라 2009. 3. 25. 14:30

A short conversation among Americans.

A: Blah blah blah blah blah blah. Does it make sense?
B: What's your point?
A: I mean, blah blah blah blah blah blah. Does it make sense?
B: I still don't get it. what's your point?
A: What's your point?
B: It doesn't make sense.
A: That doesn't make sense ei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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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국 음식점 기획안

구라 2009. 3. 24. 15:06

미국 내 한국 음식점의 문제점은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요약 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제대로 '현지화' 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내 한국 음식점에 드나 드는 손님들은 한국인들이 대부분 입니다. (이를테면 원더걸즈의 Tell Me 열풍이 한국에 불었을 때는 한국 음식점에서 밥을 먹으면서 텔미 텔미 테테레테테 텔 미, 를 들어야 한다, 이 말씀입니다.) 음식 또한 너무나 한국적이라서 중국 음식, 베트남 음식, 타이 음식, 일본 음식 처럼 제대로 미국화 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미국 내에서 한국 음식의 '지위'는 우리가 우습게 여기는 '동남아' 에도 못 미칩니다.

두 번째로는 메뉴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까 '한국 음식'하면 떠오르는 그 무언가 - 전문 용어로는 '브랜드'라고 하죠. -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 불고기요? 그러니까 코리안 바베큐, 말씀이신가요? 잉글리쉬 잖아요. 딤섬 Dim Sum , 이나 스시 Sushi, 처럼 그 원래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야 제대로 '브랜드'화 된 것이라 볼 수 있죠. 아, 김치요? 물론 김치는 한국 고유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영어로도 Kimchi 라고 하지요. 하지만 어디 가서 김치 한 사발 주세요, 라고 주문하는 사람은 없지 않겠습니까? 어디까지나 김치는 반찬, Side Dish 일 따름입니다.

세 번째로는 고급화 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중국 음식 같은 경우에는 다소 싸구려 음식으로 치부되는 경향도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고급스러운 차이니즈 레스토랑, 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중국 음식은 '짱깨집'과 '차이니즈 레스토랑'으로 양분되어 있지요.) 이건 베트남, 타이 음식도 마찬 가지 입니다. 일본 음식이요? 이것 보세요. 백인들이 그러는데요. 일본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들은 고급스럽고 정갈한 것들이래요. 예외란 없어요. 

자, 이렇게 문제점이 파악 되었으니 이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봅시다. 문제파악(Problem)-문제해결(Solution). (벌써 제가 말하는 품새에서 미국 실용주의 Pragmatism의 내음이 물씬 풍겨오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 음식의 '현지화'를 위해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대상이 되는 고객입니다. 미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인종의 전시장, 문화의 용광로, 니 어쩌니 하는 말이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미국은 이 백여 년 전 즈음에 백인들이 세운, 백인 들의 나라, 인 것입니다. 미국의 독립 선언문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백인이지요. 물론 이후 아프리카에서 엄하게 흑인 들을 끌어와서 이후 그 들은 농장에서는 노예로, 공장에서는 노동자로 일했고, 이어서 히스패닉인들이 이 나라에 들어 와서 갖가지 일들을 했고, 대락 백 오십 년 전 부터는 중국인을 위시로 아시아인들이 미국에 들어 와서 험한 세상에 다리도 놓고 철도도 만들었고 사탕수수도 재배했지만, 어디까지나 미국 이라는 나라의 '아이디어'를 만든 것은 백인이고, 원래 예로부터, 노동, 보다는 생각, 을 높게 쳐주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진리인 것 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소개할 한국 음식점의 주 고객은 백인입니다. 

아, 백인에도 두 가지 종류의 백인이 있습니다. 그 음식점에서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미국 산 자동차가 아직도 세계에서 최고인 줄 알고 있다거나 혹은 미국 남부의 '바이블 벨트 Bible Belt' 지방에 살면서 '창조론', 혹은 '지적 설계론'을 과학 교과서에 집어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백인들이 아니라, 민주당을 지지하며 버락 오바마를 당선 시킨 다음 미국이 전 세계에 팔고 있는 잘 포장 된 수출품, '자유'와 '민주주의' 가 살아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곤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잘 교육받고-진보적이며-도심지에 사는-백인들 Well-educated liberal urban white folks 을 주 고객 대상으로 합니다. 아무래도 이 두 번째 백인들은 '문화적 다양성' 이라는 가치를 '다양한 음식점'을 순례하는 것으로 실현하고, '젠 ZEN'으로 대충 뭉뚱그릴 수 있는 '동양 종교/문화'에 일정한 호기심을 보이는 둥, (동양인, 이 아닙니다) 앞으로 소개할 한국 음식점의 잠재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한국 음식점의 개요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새로운' 한국 음식점의 이름은 '음(陰)과 양(陽)' , 영어로는 'Yin and Yang'  이라 합니다. 주로 도가 사상 Taoism 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음양사상, 만물의 조화를 뜻하는 음양사상은, 'Yin and Yang' 이라는 어구가 미국 어느 지역 신문에서 '형용사'로 이용될 정도로 미국 내에서 알게 모르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쯤에서 중국에서 시작되고 발전 된 음양사상, 과 도교, 가 어떻게 한국 음식점의 이름으로 사용될 수 있느냐, 라는 의구심을 품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음과 양, 혹은 도교 Taoism의 상징은, 




그리고 대한민국을 상징 하는 국기, 태극기는, 


이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음식점 간판의 맨 왼쪽에 최대한 '미니멀'하게 'YIN & YANG' 을, 그리고 그 오른 쪽 옆에는 '태극 마크'를 삽입하면 좋을 듯 합니다. 다만 태극 마크의 색상이 빨강, 파랑, 의 원색이므로 촌스럽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군요. 간판의 맨 오른 쪽에는 음식의 '컨셉'을 설명하는 문구가 들어가야 하겠지요. 

'음과 양 YIN & YANG' 의 음식 '컨셉'은 다음과 같습니다. Organic-Authentic-Vegetarian Korean Food Restaurant.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의 세 단어 입니다. 

Organic(유기농). 
특히 백인 여자들에게 신선한 오르르가닉, 한 음식을 먹는 것은 오르르가즘, 이나 진배 없습니다. 

Authentic(진짜의/진정한)  
스시 Sushi 의 본 고장인 일본에는 정작 '캘리포니아 롤'이 없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메리카, 에는 진짜, 가 아닌 것들이 넘쳐 납니다. 따라서 '잘 교육 받은' 아메리칸, 들은 진짜(로 여겨지는 것)들에게는 무지하게 열광을 보냅니다. 

Vegetarian(채식주의자) 
이건 따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그럼, 대체 이 음식점에서는 '음과 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어떤 음식을 파느냐, 하면 말입니다. 간단합니다.

음, 의 음식으로 '차가운 물냉면'을 취급합니다. 종류를 다양하게 하여 최소한 여섯 가짓 수 이상은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양, 의 음식으로 '뜨거운 돌솥 비빔밥'을 취급합니다. 안에 들어가는 야채는 최대한 손님의 선택에 맡깁니다.

'음과 양 YIN & YANG' 에서는 간결하고도 알기 쉽고 음양, 의 조화를 느낄 수 있도록 딱 저 두 가지 종류의 음식만 취급합니다. 절대로 여느 미국 내 한국 음식점 처럼 이것저것 취급하지 않습니다. 음료는 '식혜'와 '수정과'. 딱 이렇게 두 종류를 취급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식혜'는 '백색'이고 '수정과'는 '흑색', 에 가깝기 때문이죠. '음과 양 YIN & YANG' 에서는 모든 것은 음과 양의 조화로 이루어집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바는 없으나 전체적으로 '흑'과 '백'의 '바둑알'과 '바둑판'의 '컨셉'을 잘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예컨데 테이블을 '바둑판' 모양으로 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아예 '홀'에서 일하는 '웨이터/웨이트리스'도 알맞은 비율로 '남'과 '여', '흑인'과 '백인'을 섞어 역시 '음과 양'의 조화를 느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합니다. 예전에 어떤 의류 회사 광고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죠.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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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세 단계

구라 2009. 2. 12. 19:08

여행에도 몇 가지 단계가 있는데 그 중의 가장 첫 번째 단계로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여행 책자에 소개 된 장소를 도는 관광지 답습 여행입니다너무나도 안전한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뻔하기 이를 데 없어 사실 여행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민망합니다. 이 여행 단계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여행지는 선진국일 경우가 많고, 가장 선호되는 곳은 아무래도 서유럽, 미국 그리고 일본일 것입니다.

 이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이 그냥 도시 한 군데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은데, 그 도시 이름은 미국에 있는 라스베가스입니다. 그 도시에는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파리의 에펠탑, 그리고 로마의 콜로세움이 모두 한 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잘만 각도를 맞추어 사진을 찍는다면 마치 세계 곳곳의 명소를 모두 다녀 온 듯한 효과를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사진을 찍는 법에 대해서 부연 설명 하자면,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찍는 사진들은 모두 자신이 어디어디에 갔다 왔다는 것을 증명 해주는 증명 사진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형지물 또는 건축물이고 사진을 보게 될 사람들이 그 지형지물 또는 건축물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에펠탑이나 콜로세움과 같이 정확하게 그 장소에 해당하는 랜드 마크를 공략하는 것은 필수 적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한 여행이 이미 유행을 지난 듯이 보여 이쯤 해두고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두 번째 단계로는 '독특한' 여행기를 써내는 저자들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뭔가 주제를 잡고 여행을 떠나는 방법 입니다. 주요 목적은 잃어 버린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이 두 번째 단계에서는 여행하는 법 자체 보다는 여행 에세이들에 대해서 몇 가지 말하고자 합니다

서점에 가서 진열된 여행 에세이들을 한 번 쭉 훑어 봅시다. 그 말랑 말랑하고 감성적인 디자인의 여행기 책자들 표지에서는 왠지 모를 커피 내음이 나는 듯 하기도 합니다. 아무 책이나 뽑아 들고 책장을 넘기게 되면 반드시 책의 속표지에는 저자의 사진과 저자의 간략한 소개가 나옵니다. 사진에서는 벌써 자유로운 여행자의 풍모가 반드시 풍겨 나오기 마련이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를 해 보았던 울퉁불퉁한 인생사를 드러내는 저자에 대한 소개는 톡톡 튑니다. 예컨데,

"모모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이미 집을 나가 하룻 동안 거리를 쏘다닌 경험이 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자율 학습을 빼 먹고 무작정 바다가 보고 싶어 부산 행 기차에 올랐다. 대학에선 철학을 전공했지만, 철학 수업 보다는 기타를 더욱 사랑했다. 입대 직전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을 여행 하기 시작했다. 인디 밴드 기타리스트, 아마추어 사진작가를 거쳐 현재 문화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아침 마다 주머니에 여권을 챙겨 넣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

정도면, 그럭저럭 무난한 소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론 사진입니다. 저자 사진들의 특징을 꼭 무 짜르듯이 나눌 순 없겠지만, 대략적으로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지적이면서 다소 철학적인 모양새를 강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더 소탈하면서 자유분방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지적인 모양새를 강조하고자 할 때는 대부분 얼굴을 전부 보여주기 보다는 약간은 어두운 조명을 깔고 각도를 약간 달리 하여서 얼굴 윤곽을 드러내거나 아니면 얼굴을 반 쯤 만 보여 주거나 얼굴에 뿔테 안경을 낀다든지하여 얼굴을 정면에선 보여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소탈한 자유분방함을 강조 하고 싶을 때는 대게 제 멋대로 자란 듯한 수염을 기르면서 다소 과감하게 정면을 보면서 소탈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들이 여행을 하면서 뽑아내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발견할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느낌의 글 들입니다. 

"길을 걷다가 문득 그녀가 생각났다. 데이트 중에 어떤 음식을 먹고 싶냐는 질문에 비시시 웃으면서 '기내식!'이라고 힘차게 대답했던 그녀." 

라든가,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여행을 떠나서 만나야 할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너 자신이라고. 인천 공항을 떠나 이십 육일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혹은, 

"조그마한 바스릴라1마을에서의 경험은 확실히 내 기존의 생각들을 조금씩 바꾸어 놓기에 충분 했다. 그 들은 작고 변변치 않아 보이는 것들 틈바구니에서도 소박한 웃음을 결코 잃지 않았다. 그 들의 일상을 잠시 엿 본 나는 그 마을을 나서며 내가 지금 껏 쫓아 왔던 가치들에 대해서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졌다나에게 넉넉한 웃음을 보여준 마누에2가 부쩍 생각이 난다." 

정도의 글들을 한 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진과 함께 발견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사진들은 첫 번째 단계의 여행에서 언급한 사진들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 유명한 것들을 포착하기 보다는 뚝뚝 묻어나오는 자유로움을 포착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단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여행지는 주로 쿠바, 인도, 몽골 사막, 칠레, 터키, 카오산 로드 등등이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야 말로 여행자가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단계가 되겠습니다. 바로 그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의 단계입니다. 마치 일상을 여행하듯이 살아 가는 방법이 되겠는데요. 사실 이렇게 계속 살아서야 먹고 사는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되므로 간략하게 자기가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도시를 여행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 봅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사람이 서울을 여행하고 싶다면 그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먼저 첫 번째 방법은 좀 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슬슬 집을 나서 집 앞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타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 자기가 학교나 직장과 같이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 가는 버스를 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 버스나 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찬찬히 창 밖을 내다 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내리고 싶을 때 내립니다. 그리고 다시 아무 버스나 잡아 타고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버스 카드를 이용하면 버스 요금은 버스를 탄 횟수가 아니라 버스를 탄 거리에 따라 계산이 되므로 돈도 얼마 들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처음 가보는 동네가 나오면 내려서 이곳 저곳 휘적거리면서 돌아다녀 보는 겁니다. 그러다 출출하면 밥을 먹게 되겠지요. 이런 식으로 하루 일정을 채운 후에 가능하면 평소에 자신이 자주 유흥을 즐기던 동네가 아닌 생판 낯선 동네에 있는 술집에 가서 홀로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이때 구천 몇 번이나 천 몇 번 과 같이 네 자리 숫자로 된 버스를 타서 서울 근교 일산이나 분당과 같은 곳으로 빠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그 곳도 여행지에 넣어 포괄적으로 서울과 서울 근교 여행으로 범위를 넓힐 수도 있습니다.) 

이 첫 번째 방법은 휴일이나 주말보다는 주중에 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주말이나 휴일에 본격적으로 여행자 기분을 내보는 것입니다. 집에서 여행 베낭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서울시 안내 책자를 챙깁니다. 그리고 인천 공항으로 향합니다. 한 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면서 인천 공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의 시각을 확인합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가장 맘에 들어 하는 곳에서 들어오는 비행기 시각에 맞추어서 그 인파에 합류합니다. 그리고 리무진을 타고 서울로 향합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서울에 처음 온 관광객인 양 서울을 돌아다닙니다. 경복궁에도 가보고 남산 N 타워에도 올라가서 서울의 전경도 구경합니다. 내려 오는 길에 남산 한옥 마을도 들려 사진도 찍고 인사동에 들려서 전통 음식도 맛보고 한국의 전통이 담긴 중국산 기념품도 하나 사고 삼청동과 가회동을 돌아 보고 조그만 갤러리도 한 번 쓱 들어가 봅니다. 이렇게 비교적 정해진 코스를 다니다보면 서울을 관광하는 외국인도 만나 이야기도 더듬거리면서 주고 받을 기회가 생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 제가 처음에는 정해진 관광지를 답습하는 여행을 피하라고 말했던가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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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취임에 대한 인종별 반응

구라 2009. 1. 23. 18:32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은 오바마 관련 산업(뱃지, 포스터, 모자, 티셔츠 등등)의 호황으로 미국 경제 회생에 첫 단추를 끼운 바 있다. 이어서 각 인종별로 오바마 취임에 대한 반응을 모아 보았다. 


1. 백인 

민주당 지지 백인 : 미국의 전 세계적인 수출품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아직 떨어지지 않아 계속 수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또한 자신들의 조상들이 저지른 일임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있던 흑인들에 대한 공연한 죄책감을 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공화당 지지 백인 : 케냐 출신 유학생 아버지를 두었고 어린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그가 과연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한다.


2. 흑인

고학력 흑인 : 매우 기뻐하고 있다!!!!!!!!!!!!!!!!! 주립대 법률 대학원에 진학하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하바드나 예일과 같은 아이비리그 법률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을 품고 있는데, 불현듯 백인들이 찾아와서 친근감을 표시하며 친구가 되고 싶어 하여서 약간 당황해 하고 있다. 

저학력 흑인 : 매우 기뻐하고 있다!!!!!!!!!!!!!!!!! YES WE CAN! YES WE CAN! YES WE CAN ~NiGGA!


3. 황인(동양인)

고학력 황인(동양인) : Asian American 동양계 미국인 대통령의 당선을 향후 몇 십년 내에 지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을 내심 품는다. 

저학력 황인(동양인) : 미국에 저학력 동양계 미국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4. 히스패닉

여전히 일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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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많이 읽는 다는 소리를 듣는 방법

구라 2009. 1. 21. 06:49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중에 하나가, 옷을 사는 이유가 옷을 입기 위해서 보다는 옷 사는 것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옷을 사면서 치수를 재기 위해 입어 보는 횟수와 옷을 산 후에 입는 횟수가 똑 같은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항상 책은 읽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는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물건이 본래의 용도보다 다른 부분에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듯이, 책이란 물건도 본래 전시품으로써의 가치가 훨씬 더 크다. 


1.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 놓는다.

1)가벼운 재미 위주의 책만 꽂아 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무겁고 어렵고 심각한 종류의 책만 꽂아 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적절한 비율로 가벼운 책들과 무거운 책들을 섞어 꽂아 놓아 책장을 구경하는 사람에게, 어느 쪽으로든, "너도 이런 책을 읽는 구나, 의외인데?" 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똑똑하면서 재미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은근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그 적절한 비율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평소에 자신이 가벼운 축에 속하는 사람이면 무거운 종류의 책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 반대로 평소에 자신이 심각한 축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가벼운 종류의 책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 따라서 위의 이런 책은 [자본론]에서 [드래곤 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질 수 있다.

3)어떤 경우에도 "뭐뭐뭐여, 뭐뭐뭐를 하라." 류의 자기계발, 경제경영 서적은 피하는 것이 좋다. 

4)다양함을 우선시 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전공,직업에 충실할 것이냐는 항상 풀기 힘든 어려운 문제다. 어떤 경우에도 적어도 한 두 권 정도는 "난 니가 이 책 좋아할 줄 알았어." 라는, 책 주인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책을 꽂아 놓는다. 

5)자신의 집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 자신의 책장을 보여 주는 이득 보다는 너저분한 생활 공간을 보여줘야 하는 결점이 더 크다면 자신의 책장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2. 책장의 책을 뽑아 밖에 나갈 때 마다 들고 다닌다. 

1)똑같은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을 똑같은 사람에게 보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2)가벼움과 무거움의 조화는 들고 다닐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복장이 너무 발랄하다면 다소 지적인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자신의 복장이 너무 무겁다면 다소 가벼운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3)여행 시에 어떤 책을 들고 다녀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여행 시에는 책을 많아야 여행 안내 책자를 제외하고 한 권 내지 두 권 정도 밖에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외국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고, 그 외국이 유럽이나 미국, 또는 일본과 같은 '제1세계'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영문판은 괜찮은 선택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다. 단, 사전에 한글판으로 미리 읽어 두어야 한다. 국내 여행이거나, 외국 여행이라도 영문책이 싫다면 김영하의 소설은 괜찮은 선택이다. 또한 '론리 플래닛'이나 '세계로 간다'와 같은 여행 책자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 하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여행자들이 서로를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3. 위의 일을 반복한다. 

그리하여 책의 숫자를 더욱 늘리고, 각각의 책에 적당한 양의 손때를 묻혀 놓는다. 간혹 가다 책장에서 깨끗한 책을 발견하고 읽지 않은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난 원래 책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깨끗하게 보는 편이라고 오히려 역정을 낸다.

물론, 책을 되도록 헌책방에서 구입한다면 위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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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레인 iBrain

구라 2008. 12. 8. 13:34

생명공학과 IT가 발달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서기 2020년 맥월드 키노트에서 스티브 잡스는 놀라운 신제품 아이브레인 iBrain 을 발표하면서 더 이상 Apple사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 한다. 스티브 잡스는 키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드디어, 우리는 선악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한 입 베어먹은 사과 모양이자, 애플사 로고 모양이기도 한 직경 2인치 정도의 작은 칩을 정수리 위에 간단한 과정을 통해서 이식을 하는 순간 사람들의 뇌는 인터넷과 자동적으로 연결이 된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뇌는 인터넷과 24시간 항상 접속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상태가 서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데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들이 잘 알려져 있다. 

먼저, 사실 확인적 대화 패턴, 에서 벗어 날 수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야, 그러니까 그 영화 말이야. 그 뚱뚱한 여배우하고 디카프리오가 나온 영화 말이야. 그 유치한 러브 스토리 영화 말이야. 커다란 배가 가라앉는 그 영화 말이야. 그 영화 제목이 뭐더라?' 라는 답에, '아, 그 영화 '인디아나 존스' 아니냐?' 라는 답이 달리면서, '아닌데, '인디아나 존스'는 확실히 아니야!' '아냐, 맞아.' 라는 시간을 낭비하는 사실 확인적 대화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술을 마시고 나누게 되는 대화의 끄트머리는 대게, '아유, 네이버에 물어 봐.' 라는 식으로 마무리 되기 마련인데 집에 가서 그 취중 대화를 기억하고 네이버를 뒤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바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그 순간에 정보를 바로 바로 확인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보 확인적 대화 패턴, 에서 벗어 날 수 있다고 한다. 

예를들어, '야, 너 어디있어?' , '그게 그러니까 논현동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 그래서 언덕을 주욱 올라오다 보면 청포도길이 나오거든, 거기서 유턴을 해, 그런다음 첫 번째 신호등에서 다시 우회전을 한 다음에 오른 쪽으로 대략 백 미터쯤 오다 보면 경원빌딩이 나오거든? 거기 삼 층이야.' , 하지만 오 분 뒤에 다시 '야, 너 어디있어?' 라는 전화가 결려오면서 끝내 그 둘이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시간적, 자원적 낭비를 유발하는 정보 확인적 대화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말하자면 더 이상 길을 잃고 잘못된 곳을 해메다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일은 없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전래 동화에서 잘 나오는 설정, 과거를 치러 한양으로 올라가던 한 나그네가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다가 (대체 과거를 치는 선비들이 한 둘이 아닐 테고 그렇다면 이미 검증된 길이 있을 것이고, 그 길 주변엔 주막과 묵을 곳과 장터가 발달을 했을 터인데 왜 혼자 이상한 곳을 헤매고 다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불빛 한 점을 발견하고 다가가니 왜 산중에 기와집 한 채가 있어 '이리 오너라.' 라고 점잖게 소리치니 왠 어여쁜 아낙네가 문을 열어 주는데 (그 아낙네는 물론 과부이고 깊은 산 중에서 어떤 식으로 홀로 먹고 사는진 알 순 없지만) 나그네는 다시금 점잖게 하루 밤 묵어가길 청하고 여인은 나그네를 사랑채에 들이는데 알고 보니 그 여인은,,, 식의 일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설교적, 지적 허영심 분출적 대화 패턴, 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건 마치 레비-스트라우스가 말한 식인데? , '맞아, 그건 너무 프리텐셔스 pretentious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 들이 헤겔이 말한 것 처럼 스노비즘을 보이고 있다곤 생각하지 않아.' , '이런, 그렇담 이건 완전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인 걸?' 등등의 권위에 호소하고 현란한 단어가 섞여있는 고난이도 대화에 참여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다거나, 미술관에서 특별 전시 중인 반 고흐 그림을 보다가 동행한 서양미술사 전공자에게 반 고흐와 테오의 관계에 대해 물어 보았다가 느닷없이 인상파 강의를 듣는 식의 대화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두가 영한 사전과 위키페디아에 항상 연결되어 있다면 더 이상 그것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못된 사실과 사건의 인용, 잘못된 수치의 인용, 잘못된 연도의 인용을 통한 갖가지 궤변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와 같이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점들이 바로 아이브레인 IBrain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혜택으로 이제 우리는 진정으로 마음과 마음만을 주고 받는 대화, 어디서 풍문으로 들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만을 주고 받는 대화를 실현하는 진정한 소통의 참맛을 모두가 누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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