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국 음식점 기획안

구라 2009. 3. 24. 15:06

미국 내 한국 음식점의 문제점은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요약 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제대로 '현지화' 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내 한국 음식점에 드나 드는 손님들은 한국인들이 대부분 입니다. (이를테면 원더걸즈의 Tell Me 열풍이 한국에 불었을 때는 한국 음식점에서 밥을 먹으면서 텔미 텔미 테테레테테 텔 미, 를 들어야 한다, 이 말씀입니다.) 음식 또한 너무나 한국적이라서 중국 음식, 베트남 음식, 타이 음식, 일본 음식 처럼 제대로 미국화 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미국 내에서 한국 음식의 '지위'는 우리가 우습게 여기는 '동남아' 에도 못 미칩니다.

두 번째로는 메뉴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까 '한국 음식'하면 떠오르는 그 무언가 - 전문 용어로는 '브랜드'라고 하죠. -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 불고기요? 그러니까 코리안 바베큐, 말씀이신가요? 잉글리쉬 잖아요. 딤섬 Dim Sum , 이나 스시 Sushi, 처럼 그 원래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야 제대로 '브랜드'화 된 것이라 볼 수 있죠. 아, 김치요? 물론 김치는 한국 고유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영어로도 Kimchi 라고 하지요. 하지만 어디 가서 김치 한 사발 주세요, 라고 주문하는 사람은 없지 않겠습니까? 어디까지나 김치는 반찬, Side Dish 일 따름입니다.

세 번째로는 고급화 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중국 음식 같은 경우에는 다소 싸구려 음식으로 치부되는 경향도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고급스러운 차이니즈 레스토랑, 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중국 음식은 '짱깨집'과 '차이니즈 레스토랑'으로 양분되어 있지요.) 이건 베트남, 타이 음식도 마찬 가지 입니다. 일본 음식이요? 이것 보세요. 백인들이 그러는데요. 일본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들은 고급스럽고 정갈한 것들이래요. 예외란 없어요. 

자, 이렇게 문제점이 파악 되었으니 이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봅시다. 문제파악(Problem)-문제해결(Solution). (벌써 제가 말하는 품새에서 미국 실용주의 Pragmatism의 내음이 물씬 풍겨오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 음식의 '현지화'를 위해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대상이 되는 고객입니다. 미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인종의 전시장, 문화의 용광로, 니 어쩌니 하는 말이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미국은 이 백여 년 전 즈음에 백인들이 세운, 백인 들의 나라, 인 것입니다. 미국의 독립 선언문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백인이지요. 물론 이후 아프리카에서 엄하게 흑인 들을 끌어와서 이후 그 들은 농장에서는 노예로, 공장에서는 노동자로 일했고, 이어서 히스패닉인들이 이 나라에 들어 와서 갖가지 일들을 했고, 대락 백 오십 년 전 부터는 중국인을 위시로 아시아인들이 미국에 들어 와서 험한 세상에 다리도 놓고 철도도 만들었고 사탕수수도 재배했지만, 어디까지나 미국 이라는 나라의 '아이디어'를 만든 것은 백인이고, 원래 예로부터, 노동, 보다는 생각, 을 높게 쳐주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진리인 것 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소개할 한국 음식점의 주 고객은 백인입니다. 

아, 백인에도 두 가지 종류의 백인이 있습니다. 그 음식점에서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미국 산 자동차가 아직도 세계에서 최고인 줄 알고 있다거나 혹은 미국 남부의 '바이블 벨트 Bible Belt' 지방에 살면서 '창조론', 혹은 '지적 설계론'을 과학 교과서에 집어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백인들이 아니라, 민주당을 지지하며 버락 오바마를 당선 시킨 다음 미국이 전 세계에 팔고 있는 잘 포장 된 수출품, '자유'와 '민주주의' 가 살아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곤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잘 교육받고-진보적이며-도심지에 사는-백인들 Well-educated liberal urban white folks 을 주 고객 대상으로 합니다. 아무래도 이 두 번째 백인들은 '문화적 다양성' 이라는 가치를 '다양한 음식점'을 순례하는 것으로 실현하고, '젠 ZEN'으로 대충 뭉뚱그릴 수 있는 '동양 종교/문화'에 일정한 호기심을 보이는 둥, (동양인, 이 아닙니다) 앞으로 소개할 한국 음식점의 잠재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한국 음식점의 개요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새로운' 한국 음식점의 이름은 '음(陰)과 양(陽)' , 영어로는 'Yin and Yang'  이라 합니다. 주로 도가 사상 Taoism 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음양사상, 만물의 조화를 뜻하는 음양사상은, 'Yin and Yang' 이라는 어구가 미국 어느 지역 신문에서 '형용사'로 이용될 정도로 미국 내에서 알게 모르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쯤에서 중국에서 시작되고 발전 된 음양사상, 과 도교, 가 어떻게 한국 음식점의 이름으로 사용될 수 있느냐, 라는 의구심을 품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음과 양, 혹은 도교 Taoism의 상징은, 




그리고 대한민국을 상징 하는 국기, 태극기는, 


이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음식점 간판의 맨 왼쪽에 최대한 '미니멀'하게 'YIN & YANG' 을, 그리고 그 오른 쪽 옆에는 '태극 마크'를 삽입하면 좋을 듯 합니다. 다만 태극 마크의 색상이 빨강, 파랑, 의 원색이므로 촌스럽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군요. 간판의 맨 오른 쪽에는 음식의 '컨셉'을 설명하는 문구가 들어가야 하겠지요. 

'음과 양 YIN & YANG' 의 음식 '컨셉'은 다음과 같습니다. Organic-Authentic-Vegetarian Korean Food Restaurant.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의 세 단어 입니다. 

Organic(유기농). 
특히 백인 여자들에게 신선한 오르르가닉, 한 음식을 먹는 것은 오르르가즘, 이나 진배 없습니다. 

Authentic(진짜의/진정한)  
스시 Sushi 의 본 고장인 일본에는 정작 '캘리포니아 롤'이 없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메리카, 에는 진짜, 가 아닌 것들이 넘쳐 납니다. 따라서 '잘 교육 받은' 아메리칸, 들은 진짜(로 여겨지는 것)들에게는 무지하게 열광을 보냅니다. 

Vegetarian(채식주의자) 
이건 따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그럼, 대체 이 음식점에서는 '음과 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어떤 음식을 파느냐, 하면 말입니다. 간단합니다.

음, 의 음식으로 '차가운 물냉면'을 취급합니다. 종류를 다양하게 하여 최소한 여섯 가짓 수 이상은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양, 의 음식으로 '뜨거운 돌솥 비빔밥'을 취급합니다. 안에 들어가는 야채는 최대한 손님의 선택에 맡깁니다.

'음과 양 YIN & YANG' 에서는 간결하고도 알기 쉽고 음양, 의 조화를 느낄 수 있도록 딱 저 두 가지 종류의 음식만 취급합니다. 절대로 여느 미국 내 한국 음식점 처럼 이것저것 취급하지 않습니다. 음료는 '식혜'와 '수정과'. 딱 이렇게 두 종류를 취급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식혜'는 '백색'이고 '수정과'는 '흑색', 에 가깝기 때문이죠. '음과 양 YIN & YANG' 에서는 모든 것은 음과 양의 조화로 이루어집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바는 없으나 전체적으로 '흑'과 '백'의 '바둑알'과 '바둑판'의 '컨셉'을 잘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예컨데 테이블을 '바둑판' 모양으로 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아예 '홀'에서 일하는 '웨이터/웨이트리스'도 알맞은 비율로 '남'과 '여', '흑인'과 '백인'을 섞어 역시 '음과 양'의 조화를 느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합니다. 예전에 어떤 의류 회사 광고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죠.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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