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소라 껍데기] : 공공 미술품 관점에서

구라 2009. 6. 20. 18:30

The Museum of Post-Modern Art

[이명박]


2007년 12월 19일 作

투표자들 | 피와 뼈와 살

여기저기




[소라 껍데기]


2006년 

클라에스 올덴버그, 쿠제 반 부르겐 | 알루미늄 주물

청계광장






해설

[이명박]은 그를 뽑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상징하면서도, 살아 있어 걸어 다니기 때문에 미술관 밖에서도 관람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공공 미술품이다. 그를 뽑은 사람들의 내면에 들어 있던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탁월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그를 뽑았던 사람들에게, 마치 거울을 들여다 보는 듯한 효과를 지닌 자기 반영적인 작품으로 기능하길 기대하고 있다. 요즘 들어 어느새 검찰, 경찰과 같은 공권력이나 구속, 수사와 같은 것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데, 본래의 훌륭한 예술적 가치를 점차 잃어 버리고 있는 것 같아 보여 안타깝다. 

[이명박]이라는 공공 미술품은 그가 어떤 것을 상징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아 차리기 쉽다는 측면에서 공공성을 지닌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은 이명박이 서울 시장에 재직하면서 서서히 공공 미술품으로 기능하려 하고 있을 2005년-2006년 무렵에 설치 되었던, 서울시 청계천 초입에 솟아 있는 [소라 껍데기]라는 또 다른 공공 미술품과 비교 된다. 이 작품 [소라 껍데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보를 아는 것이 필요하고, 그 정보들은 공공 미술품 [이명박]의 배경 정보를 아는 것과 달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검색이 필요하다. 

당시 회사 KT에서 작가에게 들인 돈과 제작비를 모두 포함해서 34억 원을 들여 서울시에 기부했던 이 [소라 껍데기]는 팝 아트 Pop-Art 작가 클라에스 올덴버그라는 스웨덴계-유태계 미국인과 그의 아내 쿠제 반 부르겐이 공동 설계한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Spring]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데, 작가들은 청계천을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이 이 [소라 껍데기]를 설계했다. 당시 '서울의 랜드 마크'를 만들 것을 염두에 두고 서울시 산하에서 청계천 상징 조형물 선정과 제작 등의 업무를 위임 받은 곳은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곳으로 당시 대표 이사는 [이명박]과 함께 역시 요즘 살아 있는 공공 미술품으로 활약 중이신 [유인촌]이다. 추측하건데, 선정 과정에서 어느 유명한 미술관련 인사가 미술계에서 유명하다고 알려진 클라에스 올덴버그라는 사람을 추천했을 것으로 짐작 된다. 

이 [소라 껍데기] 감상에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계천과 그 [소라 껍데기] 사이에는 아무런 역사적, 문화적 맥락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보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청계천과 그 [소라 껍데기] 사이에는 아무런 역사적, 문화적 맥락도 없다, 라는 맥락'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지만, 비로소 그 맥락 안에서 [소라 껍데기]가 품고 있는 진정한 메세지가 이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그 [소라 껍데기]를 감상하는데는 여느 현대 미술 Modern Art 이 그러하듯이 사전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하고 감상에 있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 해야 한다. 허나, 본래 공공 장소에 설치 되는 공공 미술품이라는 것은 얼른 알아먹을 수 있어야 하므로 이러한 [소라 껍데기]의 특징은 공공 장소에 설치 되는 공공 미술품으로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저 [소라 껍데기]는 제대로 된 장소를 찾아서 제대로 다시 전시 되어야 한다. 마치 현대 미술 Modern Art 이 현대 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을 떠나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것 처럼. 변기는 미술관 안에 있을 때 예술품이지, 화장실 안에 있으면 변기일 따름인 것 처럼.

[이명박]이라는 공공 미술품의 공식 전시 기간은 (아직까지는) 2013년 2월까지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은 여러 번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라건데, [이명박]의 전시 기간이 끝나는 대로 그 재산으로 저 34억 짜리 [소라 껍데기]를 서울시로부터 다시 사들여서 이명박 자신의 집 뒷 마당에 세워 놓아 가치를 높여 주었으면 한다. 그의 집 뒷 마당이야말로 저 [소라 껍데기]가 놓여져 있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맥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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