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에세이 2009. 1. 14. 18:48
그리스 비극은 따지고 보면 그리스 시대의 그리스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였다. 신과 인간, 큰 이야기, 큰 서사. 흥미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이제 좀 폐기 처분 했으면 좋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머리를 꽝꽝 때렸지만, 그건 그 당시에 내가 기독교적 가치관에서 빠져 나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번역본' 들을 읽었던 시간이 아깝다. 통속적인 것이 싫다고 역으로 경전이나 계보 안에서 헤매던 지난 시간들이 아깝다.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추천 목록'을 들이 미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앞에 '청소년용' 이나 '대학생이 읽어야 할' 이라는 어구가 붙으면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 뒤에 '100선' 따위의 숫자가 붙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읽은 책, 본 영화의 숫자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 둘 씩 줏어 넘기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 둘 씩 계속 줏어 넘기는 사람들일 수록 그 유명한 사람들이 뭔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조금 시간을 내어 찬찬히 살펴보면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이 죄다 '외국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이름이 외국어라야만 한국에선 유명해진다. 영어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왠지 권위가 없게 느껴진다. 일본어의 경우에는 이름에서 약간 허무한 느낌이 나면 더더욱 좋다. 프랑스어 같은 경우엔 특이하게도 지적이고 권위도 있으면서 예술적인 냄새까지 나는 경우가 다분하다. 정말이지 프랑스어는 영어처럼 돈은 안 되지만 가오잡기에 좋은 복 받은 언어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따지자면 스페인어나 이태리어도 마찬가지어야 하지만 이상하게 이 두 개의 언어는 한국에서 홀대 받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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