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내 화장실 앞

에세이 2009. 1. 17. 08:03

대개의 사람들은 영화관에 연인끼리 온다. 하지만 화장실은 목욕탕과 함께 공공 공간 중에서 남자와 여자가 분리되어 이용해야 하는 흔치 않은 공간 중의 하나다. 영화가 끝난 영화관 내 화장실 앞은 조금 독특한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점이고, 또한 연인들은 잠시 갈라져 각자의 공간으로 향해야 한다. 그 화장실 앞에는 남자들이 띄엄띄엄 서 있다. 으례 남자 보다는 여자가 화장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기 마련이고, 남자들은 동행한 여성을 기다린다. 다소 초조한 기다림의 순간순간 남자들은 서로를 흘낏흘낏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빠진다. 

저 녀석이 데리고 온 여자는 내 여자보다 예쁠까 예쁘지 않을까. 예쁠리가 없을거야. 저런 녀석이 예쁜 여자를 데리고 올리가 없어. (여자 화장실에서 나온 여자를 바라 보면서) 와 예쁘다. 저 여자는 대체 어떠 녀석이 데리고 왔을까. 아니, 세상에. 저 여자를 데리고 온 것이 다름 아닌 저 녀석이었어? 정말? 아니, 어떻게 뭐 저런 녀석이 저런 여자를 데리고 다닐 수 있을걸까. 이렇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드디어 자신의 여자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고 남자는 웃음을 머금고 여자에게 다가가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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