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상

에세이 2009. 1. 30. 22:49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을 상상해 보자. 바이올린을 처음으로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할 일은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익히는 일이다. 비록 바이올린을 만져 본 적도 없지만, 활을 켜서 정확한 도- 소리를 내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 것 같다. 신디사이저의 등장은 그 정확한 도- 소리를 내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을 뛰어 넘어 정확한 도- 소리를 똑같이 몇 번이라도 재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글 한 번을 쓰려면 먼저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가는 일 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먹을 충분히 간 다음에 붓을 들어 먹물을 묻힌 다음 한 자 한 자 써내려 갔다. 펜에 잉크를 묻히는 일은 이 보다는 덜 번거로웠을 테지만 어쨌든 손을 사용한다는 것에서는 똑 같았다. 그러던 것이 타자기가 등장하면서 한 자 한 자 쓰는 것이 아니라 쳐내려 가기 시작했다. 쓰는 것에서 쳐 넣는 것으로의 변화는 많은 시간을 절약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키보드가 있다. 타자기와 방식은 같지만, 이젠 바로 바로 수정이 가능하다. 

사진을 찍고 현상을 하는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더군다나 사진을 잘 찍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빛의 세기에 따라 조리개와 셔텨 속도를 조절해야 하며 초점도 정확하게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필름을 현상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직접 하려고 든다면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많은 면에서 저런 작업들을 간단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담 이전과 달리 그 남는 시간에 대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혹은 대체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문득, 장비를 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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