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징 잡설

에세이 2009. 2. 17. 19:05

한국산 인삼차 봉지를 보고 있으려니 그 조악한 디자인에서 왠지 소위 '동남아[각주:1]'라는 '형용사'를 사용해서 지칭할 때 느껴지는 그 느낌이 난다. 어쨌든 오랜 만에 인삼차 가루를 찻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자 처음엔 인삼 특유의 향이 나더니만 씁쓸한 뒷맛에서는 담배맛이 난다. 인삼차가 이렇게 그윽한 줄 전에는 잘 몰랐다. 마시고 있는 커피 봉지가 떨어지면 인삼차 상자를 하나 사야겠다. 자칫하면 중독될 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마셔 본 적도 없었던 복분자주를 사서 누구, 와 함께 마셨다. 한국산 술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누구, 는 복분자주를 좋아했다. '복분자주'에서 느껴지는 정력 어쩌구 저쩌구 하는 선입견이 없는 누구, 에게 그 술은 달콤하고 맛있는 산딸기로 만든 술이었을 따름이다. 어찌나 좋아했던지 그 누구, 는 그 술병을 캘리포니아산 피노 느와르 와인 병과 나란히 진열해 놓았다. 

예전에 어깨죽지에 문신을 새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일주일 정도 잠깐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생각했던 문신 디자인이 하회탈이다. 하회탈을 좀 캐주얼하게 변형하여 어깨에 새기면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릴 적 우리 집엔 하회탈이 걸려 있었는데, 난 그 하회탈을 바라 보면서 저게 웃고 있는 건지 울고 있는 건지 아리송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 아리송한 느낌을 좋아했던 것 같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인생은 희비극'이라는 유치한 모토도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곤 했다. 

한국 요리에 있어 특징이 있다면 고추장이 아닐까 싶다. 간장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고 된장은 '미소 수프' 라는 이름의 일본 음식이 이미 있다. 

  1. 이 형용사는 '뉴욕'이라는 반대어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동남아와 뉴욕은 모두 고유 명사가 아닌 형용사로 사용 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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