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오래된 책 한 권

카테고리 없음 2009. 2. 20. 16:22

오랜 만에 샌프란시스코 시립 도서관 중앙 건물에 들렀다. 이런 저런 자료들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예전에 반 쯤 읽다가 만 책을 다시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님 웨일즈라는 미국 여성이, 김 산(본명 장지락)이라는 중국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혁명가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지은 책 [Song of Ariran]이다. 

1941년에 처음 출간 되었는데, 지금 미국에선 절판 되었고, 아마존에서 구하려고 해도 양장본도 아닌 보급판 중고책을 92불이나 주어야 한다. 한국에선 1984년에 처음 출판되고 2005년에 재출간 되었는데, 내가 이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작년이다. 

사서가 서고에서 찾아온, 먼지가 쌓여 있던 삭아 버린 오래된 양장본을 펼치니 대출카드가 보인다. 대출카드 상으론, 이 책이 처음으로 대출된 날짜는 1945년 8월 18일로 기록 되어 있다. 한국이 일본으로 부터 해방 된 지 불과 삼 일 뒤인데, 그 대출자가 그 사실을 알고 대출한 것인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은 1987년 9월 29일이다. 그 뒤로는 서고에서 쭈욱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나 보다. 

책을 휘리릭 넘기자 책 한 켠에 한자와 한글이 섞인 짧은 메모가 눈에 들어 온다. 

Chapter X(10)의 'From Tolstoy to Marx' 라는 부분이고 그 당시 아나키스트들이 무엇을 바랬는지에 대한 간략한 서술이 담긴 73 쪽에 적혀 있던 메모다. 

'自由主義가 放任主義 이라는 見解."

문득 이 짧은 메모를 쓴 사람은 누군지 궁금해진다.


이 책의 맨 첫 페이지에는 'Song of Ariran 아리랑의 노래' 가 'Old Korean folksong of exile and prison and national humiliation 추방자와 감방과 국가적 수치에 대한 오래 된 한국 민요' 라는 부제를 달고 적혀 있다. 쉬운 영어로 적혀 있는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내가 알고 있던,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라는 '아리랑'과는 차이가 있다) 노래를 다 읽고 나니 슬프다, 가 아닌 비통하다, 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Ariran, Ariran, Arari O!
Crossing the hills of Ariran.
There are twelve hills of Ariran
And now I am crossing the last hill.

Many stars in the deep sky-
Many crimes in the life of man.
Ariran, Ariran, Arari O!
Crossing the hills of Ariran.

Ariran is the mountain of sorrow
And the path to Ariran has no returning.
Ariran, Ariran, Arari O!
Crossing the hills of Ariran.

Oh, twenty million countrymen-
      where are you now?
Alive are only three thousand li
      of mountains and rivers.
Ariran, Ariran, Arari O!
Crossing the hills of Ariran.

Now I am an exile crossing the Yalu[각주:1]River.
And the mountains and rivers of three thousand 
      li are also lost.
Ariran, Ariran, Arari O!
Crossing the hills of Ariran.



  1. 압록강 [본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