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카테고리 없음 2009. 2. 24. 14:59

어느 게시판에서 그와 그의 신부 사진을 보고 그가 그의 신부에 대해 쓴 글을 읽었는데, 
그의 소설과 비슷한 냄새가 나서 좋았다.


[르네상스인 김승옥] 책 中. 김승옥과 그의 부인, 박혜욱.

"그 여자는 거의 완전무결할 정도의 에고이스트다. 동시에 그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변덕장이이다. 그 여자는 상식 이상도 이하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로 아주 작정한 사람 같다. 관습을 즐긴다. 이 여자의 문학에 대한 오해는 무지막지할 정도다.  문학이란 건전한 사람을 괜히 병들게 하는 것이며 문학인이란 괜히 술이나 마시고 바바리코트의 깃이나 세우고 다니는 사람들인 줄로 안다. 그러면서도 미에 대한 추구는 굉장하다. 하지만 그것도, 예를 들어 자기를 닮은 여자가 아니면 아무도 미인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독선적인 데가 있다. 

겉으로는 꽤 상냥하고 부드러운 것 같은데 차디찬 자기가 안에 도사리고 있다. 타인은 항상 타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순히 상식적인 여자가 아니라 철저히 너무나 철저히 상식적인 걸 사랑하는 여자이다. 내 글재주로는 아무리 써도 그 여자의 오만불손을 설명할 수가 없다....

아무리 만나보아도 그 여자에게 있어서의 나는 항상 타인이었다. 타인치고는 약점을 빤히 알고 있어서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타인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식의 여자를 상대하는 방법이라고는 다만 두 가지밖에 없는데 하나는 그여자를 싹 무시해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여자와 얼른 결혼해 버리는 것으로서 나의 경우엔 당연히 뒤의 방법을 택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그여자를 통하여 구제되기를 바랐다는 얘기다....

밤만 되면 어린애처럼 자기 집에 가고 싶어 울먹울먹한다. 그래서 아내의 눈에 눈물이 글썽해지기 시작하면 아내를 웃길 말이나 재미있는 얘기를 준비해야 한다."


[뜬 세상 살기에], [햇볕과 먼지의 놀이터] 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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