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던 별자리 여행

에세이 2009. 2. 25. 23:11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집에 굴러 다니던 김영사에서 출간 된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책을 과연 내가 즐겼는지 즐기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잘 알 수 없다. 그리고 뒤를 이어 (아마도 강원도에서 열렸던) '재미있는 별자리 캠프'라는 곳에도 따라 갔던 기억이 난다. 그 캠프를 과연 내가 가고 싶다고 어머니를 졸라서 가게 되었는지, 집에 그 책이 굴러다닐 수 있도록 해 주신 어머니가 나를 보낸 것인지는 지금도 잘 알 수 없다. 아무튼 난 쌍안경을 하나 챙겨 들고 비교적 흥분된 마음을 가지고 캠프에 따라 나섰는데 지금으로썬 딱 세 가지 기억이 남아 있다.

하나, 캠프 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오줌으로 가득 차 터질듯한 방광을 부여 잡으며 괴로워 했는데, 그 괴로움을 못이기고 제발, 빨리 캠프장에 도착하게 해 달라고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렸다. - 당시 주일학교에 열심히 참석을 하며 성경 퀴즈 대회에까지 나가, 성경에 기록된 가장 오래 산 사람의 이름은 무엇인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무드셀라라는 작자로, 구백 육십 구살까지 살았다, 고 성경 저자는 기록하고 있다.) 노아의 세 아들의 이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 들에 열심히 외운 답을 말해 금상도 받고 당시 다녔던 교회의 이름도 빛냈던 개신교인, 이었기 때문이다. - 그 꼴을 보며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별 이상한 놈 보겠다는 얼굴로 쳐다 봤던 기억이 난다.  

두울, 당일 저녁엔 저 책의 저자와 유명한 조경철 박사가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뭔 얘기를 했는지는 지금으로썬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당시에 저 사람 들이 그렇게 별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왠지 모를 '어른들'에게서 느껴지는 그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엣, 그 캠프는 KBS에서 동행 취재를 했었다. 아마도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는 책이 당시에 히트를 쳤던 것 같고, 그래서 그 캠프도 취잿거리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의'가 끝나고 밤이 되고 드디어 별자리 관찰을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몇 개의 망원경이 설치 되어 있었고 나처럼 쌍안경을 들고 온 사람들도 몇 몇 있었다. 안타깝게도 날은 흐려서 별빛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별자리 캠프'에 왔으니 별을 관찰하겠다고 열심히 하늘을 들여다 보았는데, 순간 쌍안경을 들고 하늘을 보고 있던 내 앞에서 환한 빛이 느껴졌다. (안타깝게도) 그 빛은 천사 가브리엘의 반짝이는 날개에서 나는 불빛이 아니라, ENG 카메라를 맨 카메라맨 옆에서 조수가 들고 있었던 강렬한 조명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그러니까 밤에 별을 관찰하는 사람을 찍기 위해선 조명 불빛이 필요한 것인데, 그 조명 불빛이 쌍안경을 통해 들어 오는 통에 나는 순간적으로 천사의 강림을 느꼈다가, 이내 촬영을 하는 것을 깨닫고 열심히 별을 관찰하는 꿈 많은 소년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었다. 

나중에 어느 아침 프로그램에서 난 쌍안경에 얼굴이 반 쯤 가려진 내 모습을 한 일 초 정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아직까지는) TV 출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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