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에세이 2009. 3. 4. 18:37

오랜 만에 잠시 만난 어느 녀석과 잠시 대화를 나누는데, 녀석이 잠시 한국을 방문한 사이 '나이트'를 다니면서 많은 여자를 꼬셨다는 진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 바람에 슬슬 지겨워질 찰나, 마지막에 만난 어떤 여자는 일종의 '보험'이라는 말을 듣고 오랜 만이라도 잠시 만난 것을 후회했다. 

'보험'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볼 때 나이는 찼으되 결혼하지 않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보험'이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참 거시기했다. '보험'이라니, '보험'이라니. 아마 모르긴 몰라도 녀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을 한다는 것을 여자 꼬시는 데 십분 활용했으리라.

자신이 얼마나 '찌질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지 한국에 놀러간 유학생들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나도 아마 그럴 것이다. '유학'이라는 단어 또한 한국에선 일종의 '형용사'로 기능한다. 한국에는 본래의 단어 뜻과 달리 이상한 용도로 사용되는 형용사가 참 많다. '뉴욕' , '동남아' , '서울대' , '유학' . 언젠가 형용사 사전을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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