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진

에세이 2009. 4. 4. 14:24

그를 어어부 밴드, 니 뭐니 하면서 잠깐 잠깐 접한 적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아마도 황신혜 밴드, 하고 좀 헷갈렸고, 난 저런 풍의 밴드 이름에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에 아예 음악을 찾아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홍대를 기반으로 뻘소리가 들어 있지 않는 음악 평론을 쓰는 분, 의 글을 접하고는 백현진, 의 음악을 들어 볼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주문한 앨범을 뜯고 나서 음악을 쭈욱 듣고 나니 이 백현진이라는 사람의 음악은 규정 지을 수 없다, 어떤 카테고리에도 들어갈 수 없다고 느꼈다. 날 것. 적나라함. 이런 표현이 이 앨범에 가장 잘 어울린다. 가사로 말할 것 같으면 시적이면서도 서사적임과 동시에 사회성까지 두루 갖추었으며, 멜로디와 연주 또한 범상하진 않다. (물론, 어어부 밴드에 비해서는 많이 약해 진 것이라고들 한다.) 무엇보다 백현진의 창법. 죽여 준다.

규정지을 수 없음, 과 창법에서 언뜻 톰 웨이츠 Tom Waits , 와도 닮아 있다는 생각도 났다. 하지만, 톰 웨이츠의 음악이 철저하게 미국의 이야기가 담긴, 미국적인 음악이라면, 백현진의 음악은 진짜 한국적인 냄새가 흠씬 풍기는 음악이다. 무엇보다 한국, 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 물경 그 것들이 서울, 의 어느 지역, 에 한한 이야기라고 할 지라도. 결국 백현진, 본인 스스로가 잘 알고 친숙한 지역을 노래하고 있을 뿐이니깐.

아무튼, 음악에서 순대국맛, 도 나고 옛날 떡볶이 맛, 도 난다. 그러면서도 촌스럽거나 싼티나지 않는다. 

앨범에는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홍상수 감독의 추천사 들이 있다. 하지만,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영화 보다는 김기덕, 이창동,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좀 더 어울린다. 또한 유튜브에 내가 이 앨범을 사게 만든 결정적인 뮤직 비디오, [학수 고대했던 날]이 있다. 백현진 본인, 이 출연 했으며, 캠코더로 대충 찍은 듯 하지만 역시 범상치 않은 뮤직 비디오다. 

한 가지 더, 앨범 [반성의 시간] 에는 총 열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두 곡에 외국인이 등장한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 '북미인/앵글로색슨인' 이다. 한 명은 캐나다 남성 배낭 여행객이고, 다른 한 명은 미국 남성 주둔 군인이다. (또한 둘 다 '백인'인 듯 하다) 각각 한국 남성과, 한국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표현 된다. 열 두 곡 중 두 곡, 1/6, 꽤 적지 않은 비율이다. (2008/09/04)


덧. 백현진의 노래를 다시금 들으니, 이번엔 당구장에서 '사구'를 치다가 시켜 먹는 짱깨맛이 나는 구나. 당구장에서 '사구'를 치다가 시켜 먹는 짱깨맛, 이라는 것도 어쩌면 이제는 흘러간 구십 년대의 풍경/취향, 일지도. 그 것들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예전 한국 영화 [품행제로]가 팔십 년대를 형상화 했던 것 처럼, 내 십대를 규정한 구십 년대를 형상화 하는 영화가 나오겠지. 누군가가 슬슬 지금 부터 기획해서 수년 뒤에 시기를 잘 맞춰 개봉하면 잘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2009/01/09)

덧덧. 백현진의 [반성의 시간]에 대한 또 다른 좋은 글.

덧덧덧. 사분 오십 오초 부근 부터 그가 눈이 빠지도록,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0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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