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관련된 두 가지 X소리

짤막한 거 2009. 3. 25. 15:00

하나,

경험은 오감에 의존한다. 오감은 눈, 코, 귀, 입, 손(으로 상징되는 촉각) 이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경험이 모든 오감을 모두 사용하면서 기억으로 머리 속에 저장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것은 오감 중에 일부분만 사용하는 경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눈, 귀, 이렇게 이감에 의존한다. 꿈은 눈, 이렇게 일감에 의존한다. 이렇게 감각들을 통해 들어와 우리 속에 들어 있는 소위 기억, 이라는 것들은 혹시 실제로 경험한 것, 영화에서 보고 들은 것, 꿈에서 본 것, 이 뒤죽박죽 제 멋대로 뒤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다시 뒤죽박죽 제 멋대로 뒤섞여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두울,

기독교에서는 죽은 뒤에 심판이 있다고 말한다. 성경의 어느 구절인가에는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것이요, 그 이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라는 어구가 있다, 고 기억한다. 예전에 문득 그 심판이라는 것이 있다면, 대체 어떤 방식일까, 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 간다.'라는 표현에서 영감을 얻은 내 상상은 이러 했다. 죽은 뒤에 우리가 들어가는 것은 영화관이다. 의자는 달랑 하나. 그리고 영사막. 영사막에서 영사 되는 것은 그 동안 살아온 내 인생이다. 태어 난 이후 부터 죽기까지의 내 인생. 그 기간이 몇 년이 되었든 간에 하여간 처음 부터 끝 까지 주욱 지켜 보는 것이다. 내 생각엔 그 보다 더 가혹한 심판은 없을 것 같았다. 혹은 내가 그러한 심판을 원하고 있는지도.


덧. 쓰고 보니 정말 X소리다. 어느 정도로 X소리냐면, 딱 블로그에 써서 발행할 정도의 X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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