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떡실신 시리즈에 대한 생각

에세이 2009. 5. 1. 10:27

외국인 떡실신 시리즈, 가 인터넷 상에서 유행한다. (굳이 링크하지는 않겠다. 구글에서 '외국인 떡실신'을 쳐보면 한 바가지가 나온다) 저 시리즈가 사실이 아니라 픽션인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런데 왜 자꾸만 저런 것들이 유행하는 걸까. 

한국이라는 나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보통 경제적인 발전과 문화적인 발전은 정비례를 이루어서 달려가게 마련이고, 경제적인 발전에 따라서 문화적인 것들도 발전하여 외국에 알려지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기형적으로 경제적인 발전 정도가 그 문화적인 발전 정도에 비해서 훨씬 앞서있다. 불과 몇 십년 만에 너무나도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하느라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경제적인 발전으로 인해서 예전 보다 더 많은 사람 들이 외국에 나올 기회가 생겼고, 외국에서 체류하는 일도 보다 더 많아 지게 되었다. 거기에 허울 좋은 IT 강국, 이라는 허명에 걸맞게 인터넷 망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고 인터넷 생활이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어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외국의 모습들을 인터넷을 통해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영어 열풍과 대학의 '국제화 바람' 으로 인해서 소위, 제1세계 외국인들이 여행하고 체류하는 숫자가 날로 늘어나면서 '외국'을 점점 더 가까이서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역으로 한국이라는 나라를 말해 주는 문화적인 어떤 것이 하도 적다 보니,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많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외국인들이 관심이 없는 것은 상상 외로 훨씬 심하다. 마치 이건 내가 수리남, 이나 과테말라, 혹은 코트디부아르, 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과 일맥상통 하다. 쉽게 말해서, 어디서 왔어? 라는 물음에 한국, 싸우스 코리아, 라고 말한 다음엔 딱히 한국에 대한 대화를 이어 나가기 힘든 경우가 다반사라는 소리다. 차라리 북한, 노쓰 코리아에 대한 이야기. 김정일과 미사일과 핵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 모를까?

반면에, 어떤 한국인이 외국에 여행을 하거나 체류를 하게 되면, 그 경험하고 있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반면, 그 어떤 한국인이 경험하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한국에 대한 정보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어떤 실망감이 존재한다. 예컨데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던 사람이 내친 김에 러시아를 여행한다고 하자, 그 사람이 한국 작가 어느 누구를 좋아하건 간에, 러시아인들이 그 사람이 좋아하는 한국 작가를 알리가 없다는 소리다.

게다가 옆에 붙어 있는 나라들, 일본, 중국이 하나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잘 나가는 나라들이라는 점이 한국인을 더욱 기분나쁘게 만든다. (나도 물론 기분이 나쁠 때가 많다.) 한국, 중국, 일본은 같은 인종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 입장에서 볼 때 구별하기 쉽지 않고, 그 세 나라는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이라는 문화적인 동질성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자꾸 비교되기 십상이다.

이 모든 것이 중첩이 된 불일치가 발생하고, 그런 불일치를 위로하고 달래기 위해서 저런 '외국인 떡실신 시리즈' 와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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