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드리밍 California Dreaming, 둘

김이박 이야기 2009. 5. 23. 00:11
김, 은 서울 사년제에 들어간 뒤 사년이 지난 뒤 처음으로 한 여자를 오랫 동안 만났다. 이 년 정도 꾸역꾸역 대학을 다닌 뒤 이 년 조금 넘게 군대를 마친 직후였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응암동 근처에 반지하방 하나를 얻었고, 홍대 앞을 싸돌아다니며 대학에 입학한 이래로 쭉 같이 어울렸던 헤비-메탈 밴드 녀석들과 같이 날마다 술을 먹었다. 도피하는 심정이었다. 어디로인지, 어디에서인지, 는 몰랐다. 수능 시험을 치루고 난 뒤엔 어디에서인지, 어디로인지, 가 그럭저럭 분명했었다. 

김, 은 술자리를 그럭저럭 좋아했지만, 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쏘주가 문제였다. 한 잔 두 잔 세 잔 반 입에 털어 넣고 나면 그 이상은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 밴드 녀석들과 뭉칠 때는 한데 어우러져 쏘주를 입에 털어 넣고 매운 안주를 먹어야 했다. 항상 속은 쓰렸고, 결국 변기를 부여 잡았고, 술값과 안주값은 어느 샌가. 

어느 날 밤. 김, 은 홀로 비틀거리며 홍대 앞 거리를 걷고 있었다. 걷다 보니 어느 샌가 전에는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골목이 나왔다. 토사물, 돌모퉁이에 엉덩이를 깔고 주저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몹시 추워 보이는 여자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몸을 앞 뒤로 천천히 흔들거리며 그 여자들을 달래고 있는 남자들, 형형색색의 커다란 글씨와 각종 표식들, 바람이 불 때 마다 휘날리는 종이 조각들, 이 없었다. 주황색 빛을 내는 가로등이 하나 서 있었고, 그 밑에 조그마한 간판 하나가 있었다. 싸이키델릭.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나지막히 다가와서 말을 걸고는 앞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씩 다가오라고 속삭였다. 빰빠라 빰빰, 빰빠라 빰빰. 북소리 장단. 빰빠라 빰빰, 빰빠라 빰빰. 한 발 또 한 발. 빰빠라 빰빰, 빰빠라 빰빰. 김, 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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