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지쉬토프 키에슬롭스키 Krzysztof Kieślowski

인용과 링크 2009. 5. 22. 21:03
영화 감독의 자서전을 두 개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스페인 사람 루이스 부뉴엘의 자서전 [나의 마지막 한숨]의 몇 부분을 얼마 전 발췌 번역하여 인용했다. 그리고 문득 폴란드 사람 크지쉬토프 키에슬롭스키의 자서전 [Kieslowski On Kieslowski]의 서문 Epigraph 부분이 기억나 한 번 그 부분만 번역해서 올려 볼까 했는데, 책 전체를 번역할 계획을 하고 차근차근 올리고 있는 분이 계시더라. 조금 놀랬다.

크지쉬토프 키에슬롭스키[각주:1]는 폴란드 사람으로 1941년에 태어나 1968년에 우츠 영화학교[각주:2]를 졸업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으로 경력을 쌓았고, 공장 노동자들의 생활, 사무 노동자들의 생활, 자신이 자란 폴란드 우츠시를 기록하는 등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극 영화로 옮겨간 사람이다. (영화 제작 시 당시 사회주의 국가였던 폴란드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그 이후 구약성서에서 모세가 신에게 받았다는 십계명의 각 계명들을 주제로 하여 1988년에 TV시리즈 [십계][각주:3]를 만들었고, 그 중 [살인하지 말라], 는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각주:4]으로, [간음하지 말라], 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각주:5]으로 확장 되어 극장 개봉도 이루어졌다. 이 작품들을 통해서 '서방 세계'에서 유명해졌는데, 사회주의 국가인 폴란드에서는 그가 점점 추상화 된 주제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후 프랑스[각주:6]와 폴란드를 오가며 1991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각주:7]을 만들고, 결국 프랑스 쪽의 투자를 받아 프랑스 국기의 개념, 자유-평등-박애, 를 주제로 삼색 시리즈, 1993년 [블루][각주:8], 1994년 [화이트][각주:9], 1994년 [레드][각주:10]를 만들고 나더니, 이번엔 단테의 [신곡]을 각색하여 [천국], [연옥], [지옥]을 만들려다 1996년에 만 54세로 비교적 일찍 죽었다. 그가 다루려고 했던 주제들을 보자면 자서전을 통해서 드러나는 사려깊고 소박하면서도 다소 우울하고, 시니컬한 유머를 구사하는 그의 태도와는 별개로 대단히 야심만만했던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크지쉬토프 키에슬롭스키. 참으로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쉽지 않은 이름이다. 그가 유명해지는 것에 조금 더 관심이 많았다면, 먼저 이름부터 바꾸었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알렌 스튜어트 코닉스버그가 자신의 이름을 우디 앨런 Woody Allen 으로 바꾸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덜 유명했을 것이다.

지금 각주를 남발하여 숫자들과 [본문으로]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데, 아무튼, [Kieslowski On Kieslowski]는 생생하고 재미있고 솔직하여 추천할 만한 읽을거리다. 좀 설레발을 쳐 놓았는데, 그에게 별 흥미가 생기지 않더라도 '서문 Epigraph' 부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에세이로, 읽어 볼 만 하다.  키에슬롭스키 자서전 읽기



  1. 이 사람이 만들었던 영화 중 DVD로 출시 된 작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섭렵하겠다는 강박이 식어서 아직 다 보진 못했다.
    [본문으로]
  2. 송일곤, 문승욱 감독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본문으로]
  3. 몇 개는 재미있고, 대단하고, 의미심장한데, 역시 전체를 다 보는 것은 섭렵에 대한 강박이 좀 있어야 한다.
    [본문으로]
  4. 자세히 보다보면 카메라 필터는 이렇게 사용하는 구나, 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영화로, 영상이 예사롭지 않다. 물론, 주제 또한 예사롭지 않다.
    [본문으로]
  5. 훔쳐 본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어느 청년의 이야기 가지고 참 따뜻한 영화를 만들어 내었다.
    [본문으로]
  6. 이 사람 뿐 만이 아니라 몇 가지 사례를 더 보면, 폴란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프랑스 문화에 대한 짝사랑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7. 배우, 구도, 카메라의 움직임, 조명, 색감, 음악, 의상, 소품.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참 아름다우나 스토리는 정말 남 부럽지 않게 지루하다.
    [본문으로]
  8. 한 번 볼 때 보다 두 번째 볼 때 더욱 깊게 다가오는 영화고, 되풀이하여 보면 볼 수록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되는 영화다.
    [본문으로]
  9. 줄리 델피가 나오는 블랙-코메디 영화다. 꽤 웃긴다.
    [본문으로]
  10. 고백하자면, 지금껏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장시간 눈물을 흘렸던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사람의 영화들을 전부 모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낚인 것 같다.
    [본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