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our country?

에세이 2008. 7. 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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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한 전문직 여성이 있다. 이십 대 후반 쯤 되는 그 여성은 현재 홍대 입구 근처의 원룸에 살고 있다. 그녀의 직장은 광화문 근처에 있고, 현재 그녀는 외국계 홍보 기획사에 'Assistant Director' 라는 직책을 가지고 재직 중이다. 연봉은 한 4500정도.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서 켈로그 콘프로스트와 우유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 한다. 도브 비누의 거품을 온 몸에 묻혀 가며 샤워를 한 후, 빅토리아 시크릿의 섹시한 속옷을 걸친다. 기분이 다소 좋아진 그녀는 시세이도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고, 도나 카렌 투 피스를 걸친다. 그런 후에 지난 달에 큰 맘 먹고 지른 마놀라 블라닉 구두를 신고, 셀린느 토트백을 들고 출근을 한다. 그녀는 출근을 하는 길에 PMP로 어제 다운 받았던 [sex and the city]의 가장 최근 에피소드를 본다.

그녀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클라이언트는 TOEIC/TOEFL 장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ETS라는 회사다. 한국 신문에 영어 시험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실리는 것을 방어하는 것이 현재 그녀가 맡은 임무이다. 미국 ETS 본사 와의 힘겨운 이메일 업무 처리로 오전 일과 내내 바빴던 그녀는 점심을 근처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벨기에 와플로 간단히 해결한다. 오후 일과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미국인인 그녀의 상사 미셸과 현재 처리 중인 업무에 대한 미팅으로 훌쩍 지나 간다. 아차, 빼먹고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녀가 회사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신디다.

신디는 오늘, 왠일로 비교적 업무처리가 순조로운지라 여섯 시 정시 퇴근을 맞이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맞는 꿀같은 여유를 즐기기 위해 신디가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신디의 남자 친구는 톰 요크라는 영국인인데 런던 대학교에서 영어교육학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흥국생명 빌딩에 위치한 영국 문화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삼십대 초반의 건장한 백인 남성이다. 신디는 톰과 함께 메드 포 갈릭에서 이탈리안 피자로 저녁을 먹고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빈센트 반 고흐 전시회를 관람한다. 한껏 예술적으로 고양된 그들은 근처 와인 바에서 캘리포니아산 베어풋 메를롯 레드 와인을 마신다. 그런 후에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아일랜드산 영화<Once>를 본다. 인디 뮤지션의 사랑 이야기인 그 영화를 보고 낭만에 빠진 둘은 신디의 원 룸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톰이 제조한 크랜베리 보드카를 나누어 마신후에, 프랑스 일렉트로니카 밴드 <AIR>의 노래를 들으면서 둘은 섹스를 한다.

자, 그녀가 한국에서 태어 났고, 한국어를 할 줄 알며,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낸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우리의 '신디'는 지금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가?

갑자기 무슨 된장녀의 일과를 늘어 놓느냐구? 좋다. 그렇담 한 편 반대로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대학 졸업 후에 1년이 지나도록 취직을 하지 않고 있는 백수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십 대 시절에 유명을 달리 했고, 현재 그의 어머니는 김밥천국을 운영하면서 힘들게 돈을 벌고 있다. 어렵사리 그는 대학 교육을 마쳤으나, 졸업 후에 이개월 정도 웹-사이트 기획 회사에서 잠깐 일하다가, 폭압적인 직장 내 인간 관계와 거래처와의 불합리한 갑을관계에 질려 회사를 때려친 후, 현재 집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을,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그는 요즘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미드'에 푹 빠져 있다. 한 달에 삼 만원 남짓한 돈만 지불하면 무한정 다운 받을 수 있는 미드를 종류 별로 다운 받으면서, 어쨌든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으면서 돈을 벌지 않고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구나라는 새롭고도 놀라운 깨달음과 함께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미드를 보고 감상을 간간히 티스토리에 포스팅하면서 백수 생활을 한껏 즐기고 있는 중이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2를 어제 막 끝냈고, 요즘은 [히어로즈]에 올인 중이다. 아직도 다운 받아서 볼 수 있는 미드가 무궁무진한지라, 당분간 그는 취직할 생각이 없다. 동시에 드라마 속 미국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그는 지금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가?

소위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과연 우리가 한국에 살고 있는 시간은 하루 중 얼마나 될까? 진정 한국적인 것들 속에서 살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숭늉으로 아침을 간단히 때운 후에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수업을 들은 후에, 인사동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한 후에, 전통 찻 집에서 차를 즐기다가, 간송 미술관에 가서 김흥도의 신윤복의 그림을 감상하며 한국적인 미에 흠뻑 빠졌다가 저녁엔 영화 [오! 수정]에 나왔던 인사동 막걸리집에서 고갈비와 막걸리를 먹으면 하루 종일 '한국'에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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