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감옥

에세이 2008. 9. 29. 20:12

홍콩 감독 왕가위의 '몽콕하문'(그녀는 꼭 '열혈남아'라고 말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에 취해서 중국어를 배우고 홍콩에 여행가서 영화 속에 나온 거리를 미친듯이 쏘다녔다는 그녀는 대학생활의 잔재 때문인지 자신 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들을 꼭 '형'이라고 불렀고,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이 개봉하고 전설 속의 십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알려진 시절에 극장에 가서 그 영화를 본 십만 명 중의 일 인이었던 그녀는 영화를 보면서 줄줄줄 눈물을 흘려서 주위 사람들에게 진정한 예술을 이해한 일 인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정작 그녀는 도저히 그 영화가 이해되질 않아 분해서 울었다고 한다. 그녀는 술을 먹다가 흔히 술자리에서 오가는 개똥철학 또는 구라 중에서 내 머리 속에 지금 껏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말 중에 하나를 뇌까렸다. 

"이 세계는 감옥이야. 늙어서 죽는 것은 종신 형이 드디어 만료가 되는 것이지. 어린 나이에 일찍 죽는 것은 특별 사면이랄까. 자살?
 그건 탈옥이야."

꽤 간질간질 거리는 표현이 결혼한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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