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박 유학기, 일

카테고리 없음 2008. 12. 9. 16:02

올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서 한국인에서 한국계 미국인이 된 김이박의 친구 녀석은 언젠가 지나가는 소리로 미국에서 동양 남성의 지위에 대해 자학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흑인 여성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이박이 농담삼아, 그럼 흑인 여성과 사귀어야 겠군. 하니, 장난하냐. 라는 반응이다. 

김이박이 시간당  8불을 받아가며 불법 노동을 하고 있는 곳은 주로 흑인 여성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곳이다. 이 가게에서 파는 건 '백인'이다. 꼬불꼬불한 머리를 가진 흑인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찰랑찰랑하고 윤기나는 '백인' 머리를 판다. 그곳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겉모습이 가장 친숙하지 않았던 부류의 사람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관찰하는 것과 사장 아줌마와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김이박의 낙이다. 

하루는 한 '고객님'이 들어 왔다. 김이박은 그녀에게 '백인' 머리 몇 개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별로 흥미가 없어 보였다. 아줌마는, 김이박에게 그 고객님에 대해서 심심하면 들어와서 물건을 구경하고 귀찮게 하는데 절대로 물건은 사지 않는다고 덧붙이셨다. 김이박은 그래서 그 고객님에게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자격지심이 발동했는지, 그 흑인 여성은 오바마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오바마가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이 된 것이고, 이제는 변화- CHANGE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HANGE, CHANGE.

김이박은 순간 오바마가 말한 CHANGE에 대해서 생각했다. 속이 공허한 말들, 캠페인성 구호 일 수록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그 속을 채워 넣기 좋다. 그리하여 공허한 말들은 널리널리 퍼져 나가고 널리널리 받아들여 진다. 이것은 부정적인 의미도 긍정적인 의미도 아니다. 현상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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