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종교사를 읽고
에세이 2008. 12. 12. 23:21"미국의 역사와 정치를 살펴볼 때 종교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 중 ‘시민종교’로서의 프로테스탄티즘은 그간 미국의 정치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을 끼쳤으며, 현재 미국의 정치나 여러 정책들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 책은 국내에 몇 안되는 미국 종교사 통사이며, 한국 사람에 의한 탈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다. 지은이는 이 책을 쓰면서, 그 동안 역사 속에서 소외되어 왔던 소수자들에게 좀 더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했다고 밝힌다.
따라서 이 책에는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계 주민, 여성, 이민자, 새로운 종교, 사회적 소수자 등의 종교적 경험이 이전까지의 어떤 미국 종교사 통사보다 더 균형 있게 언급되어 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각주를 줄이고 비교적 평이하게 기술했기 때문에 미국이나 종교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저항문화이자 빈곤지역 흑인들의 정서를 담고있는 힙합을 우리 나라에 소개한 것이 주로 ‘유학파’였던 관계로 그 힙합 문화는 ‘압구정이라는 부자 동네를 중심으로 고급스러운 양키문화로 포장되었으며, 역시 블루스에서 태동하여, 자유롭고 분방한 흑인들의 리듬을 담고 있는 재즈 역시 고급 문화로 여겨져 ‘청담동’에서 가장 열렬히 소비 되어 왔다. 또한 미국 중산층을 날카롭게 해부한 영화 '아메리칸 뷰티' 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중략)
게다가 그 시기의 반문화 운동은 ‘동양’의 종교, 특히 인도의 힌두교와 일본에 의해 소개 된 선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동양과 서양이 보다 더 격렬하게 만나서 조우한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 곳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 ‘아시안’의 비율도 가장 높은 도시이기도 하며, 시내 중심가에는 ‘Asian Art Museum’이 건재 하다.
아마도 그 당시에 가장 아이러니칼한 상황은, 서구에서 규정한 ‘뉴-에이지’라는 개념을 그대로 대한민국에 수입해서 그것을 다시 ‘사탄’이라고 규정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대체 누구의 눈으로, ‘상황’들을보고 있는가.
영화를 예로 들자면, 헐리우드 영화를 볼 때에도, 요즘 부쩍 커진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 시장을 의식 해서 인지, 아시아인, 정확히 말하면, 동아시아인의 외모를 한 배우들이 부쩍 출연하고, 우리 나라의 몇몇 유명 배우도 캐스팅이 되었는데, 그런 영화를 볼 때 간혹 내 스스로에게도 놀라는 것은, 백인, 주로, 앵글로 색슨족과 나란히 서 있는 동아시아인을 보고 있는데, 그 동아시아인이 오히려 낯설어 보이는, 다시 말해서, '타자'로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러한 ‘관점’들이 내 안에도 주입되어 있다는 것에 일종의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의 책 '미국 종교사' 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맨 앞의 유럽인들이 기독교를 들고 미 대륙에 진출하기 이전에 다양한 소위 ‘원시적인’ 종교들이 존재 했었다는 사실을 기술한 것과, 기독교가 그 다양성들을 파괴했다는 것, 그리고 그 종교들에 대한 간략한 묘사였다. 또한 ‘종교’ 또는 ‘종교성’이라는 것이 인간이 살아가면서 풍요로운 경험을 하는 것 중의 하나라고 정의 한다면, 과연 놀랄 만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믿어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과연 그 시절, 기계 문명 이전의 시기 보다 더욱 풍요로운 종교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 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언뜻 스치는 단상이긴 하지만, 21세기에는 어쩌면 각 종교 간에 드리워져있는 장막들, ‘말씀’과 ‘교리’와 ‘제도’로써 갈려 있는 그 숱한 종교들의 경계들을 희미하게 만드는 것이 과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놀드 토인비가 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아무튼 한 역사가가 20세기에가장 역사적인 사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구’ 세계에 불교가 전래된 것이라고 답한 것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돈다.
지금은 읽은 지 오래 되어 자세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주인공이 마치 뚜벅뚜벅 걸어가다가 죽음이라는 활짝 열려 있는 문 앞에서 전혀 망설임 없이 그냥 걸어가던 속도로 훌쩍 지나가는 듯한느낌이라고 내 방식대로 다시 묘사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