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함

에세이 2008. 12. 26. 08:03

효도 차원에서 몇 년 만에 어머니와 교회를 갔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이전에 경건한 공간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조그만 교회였고, 그런데로 경건한 분위기가 풍겨왔다. 안은 전혀 통일성이 없었고 이런 저런 선들로 어지러웠다.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설교가 있었고, 입교식과 세례식이 이어졌다. 이제 막 만 18살로 성인이 된 몇 명의 사람들이 기독교 교리를 받아 들이고, 앞으로 그 교리에 맞추어 살겠다고 선서를 하는 순간이다. 그 들을 바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순간 교차했다. 그런데, 순간 몇 명의 사람들이 일어나서 똑딱이 디카들을 눌러 대었다. 기념촬영. 순간 저들의 손에 든 디카들을 뺏어서 벽에 던져 부수어 버리고 싶었다.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간들이 훨씬 더 경건하고 종교적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연주와 제니스 조플린의 목소리는 대단히 종교적이다. 패티 스미스는 무대 위로 신을 불러 온다. 한국 고유의 리듬이 아니라 일본의 리듬이니 어쩌니는 하지만, 사물놀이의 리듬은 대단히 종교적이다. 사방팔방 주위를 둘러 보아도 도무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으로만 이루어진 공간들이 훨씬 더 경건하고 종교적이다. 불교에 본격적으로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선불교 참선을 할 수 있는 공간에 가는 것은, 왠지 좀 겉멋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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