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진

에세이 2008. 12. 29. 12:42
십 년 전에 찍은 가족 사진이 한 장 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옷을 차려 입고 사진관으로 향했고, 아직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동생들은 교복을 입고, 난 어설픈 정장을 걸치고 부모님과 함께 사진관으로 나섰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찍은 가족 사진이다. 그냥 저냥 팔 년 동안 지갑 속에 넣고 다니다가 이 년 전에 그 사진을 좀 자세히 들여다 보다가 문득 조금 놀라면서 그 사진이 우리 가족의 관계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진의 구도가 우리 가족 그 자체를 말하고 있었다. 그 가족 사진은 중간에서 약간 오른쪽 쯤에 어머니가 위치해 있고, 그 어머니의 둘레를 나와 동생들이 둘러 싸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아버지는 왼 쪽에 홀로 계시다. 

그 구도는 사진관에서 일하는 사진사가 주문한 구도다. 물론 사진사는 가족 관계에 대한 어떤 직관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그날 입고 온 가족 구성원들의 옷 차림과 색깔을 고려해 가면서 전체 구도가 어떻게 하면 가장 보이기 좋게 나올까를 고민하면서 찍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에 커트 코베인의 전기물을 읽는데 전기 작가가 코베인 가족의 사진을 통해서 그 가족 관계가 얼마나 위태롭고 파탄 일보 직전이었는지를 묘사하는 부분이 있었다. 아들과 아버지는 사진의 왼쪽에 위치해 있고, 딸과 어머니는 사진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고, 마치 그 들 사이에는 어떤 선이 그어져 있는 것 처럼 찍혀 있다고 하는데, 그 사진의 구도는 그 가족 관계와 그대로 닮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금 십 년 전에 우리 가족 사진을 찍었던 사진사가 어쩌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 사이에 흐르고 있는 미묘한 공기를 포착하여 가족 사진 안에 담아 내었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득 웨딩 촬영을 전문적으로 오랫 동안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부 화장 때부터 신랑신부 가족과 친지들의 단체 사진을 찍는 와중에 그 사람들은 어쩌면 신랑 신부가 혼수 때문에 싸웠는지 안 싸웠는지, 두 사람을 '독립 시키는 데' 필요한 재산은 어느 집안에서 더 많이 부담했는지, 아니, 더 나아가 두 사람은 앞으로 대략적으로 얼마 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할 지 등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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