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약자 기업들

짤막한 거 2009. 1. 15. 19:49

한국의 모든 것들은 대게 유행을 따른다. 따라서 기업 이름에도 유행이 있다. 

KB, KT, KT&G, SK, CJ, JYP, SM...

그리고 이게 다 경영하는 사람들이 미국산 경영책만 읽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미국산 경영책의 언어들은 알파벳 약자들로 꽉 차있다.

BPM, B2B, SWOT, 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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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인용과 링크 2009. 1. 15. 13:23


연합뉴스 1월 31일자 기사다.

자학적/자극적 제목의 기사이긴 하나, 한국은 '제1세계'와 '제3세계' 사이 그 어디엔가에서 헤매고 있는 나라이고, 맨날 들입다 비교하는 나라들이 죄다 일본,영국,미국, 프랑스와 같이 '제1세계' 들 이기는 하나, 어쨌든 내용 자체는 흥미를 끈다. 담하는데, 방송 영화계 사람들 또한 불법 다운로드를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불법 다운로드 만큼이나, 문화 소비를 하고 싶어하는 분들의 '야근/잔업' 문제도 심각하다.

근데 왜 저 보고서는 내용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한국은행'에서 발표했을까? '한국은행'에서는 '한국은행'의 업무와는 관련 없지만 왠지 재미있어 보이는 '문화 콘텐츠' 와 같은 내용을 연구하더라도 어쨌든 위에서 돈은 나오는 것은 아닐까? 그나저나, 그 놈의 '콘텐츠' , '콘텐츠'. 지금도 어떤 회사의 어느 과장은 어느 대리가 작성한 보고서를 들고 그 대리를 불러다 앉혀 놓고 "야, 콘텐츠가 없잖아, 콘텐츠가." 라면서 타박을 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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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에세이 2009. 1. 14. 18:48
그리스 비극은 따지고 보면 그리스 시대의 그리스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였다. 신과 인간, 큰 이야기, 큰 서사. 흥미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이제 좀 폐기 처분 했으면 좋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머리를 꽝꽝 때렸지만, 그건 그 당시에 내가 기독교적 가치관에서 빠져 나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번역본' 들을 읽었던 시간이 아깝다. 통속적인 것이 싫다고 역으로 경전이나 계보 안에서 헤매던 지난 시간들이 아깝다.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추천 목록'을 들이 미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앞에 '청소년용' 이나 '대학생이 읽어야 할' 이라는 어구가 붙으면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 뒤에 '100선' 따위의 숫자가 붙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읽은 책, 본 영화의 숫자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 둘 씩 줏어 넘기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 둘 씩 계속 줏어 넘기는 사람들일 수록 그 유명한 사람들이 뭔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조금 시간을 내어 찬찬히 살펴보면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이 죄다 '외국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이름이 외국어라야만 한국에선 유명해진다. 영어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왠지 권위가 없게 느껴진다. 일본어의 경우에는 이름에서 약간 허무한 느낌이 나면 더더욱 좋다. 프랑스어 같은 경우엔 특이하게도 지적이고 권위도 있으면서 예술적인 냄새까지 나는 경우가 다분하다. 정말이지 프랑스어는 영어처럼 돈은 안 되지만 가오잡기에 좋은 복 받은 언어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따지자면 스페인어나 이태리어도 마찬가지어야 하지만 이상하게 이 두 개의 언어는 한국에서 홀대 받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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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짤막한 거 2009. 1. 14. 06:57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들의 지위를 높여 준 것일까? 아니면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서 여성들의 지위가 높아진걸까? 
삼팔육 운동권들이 사회를 민주화 시킨 것일까? 아니면 삼팔육 운동권들이 중산층이 되면서 사회가 민주화 된 것으로 보였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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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크 Milk]

에세이 2009. 1. 13. 09:04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으로 활동했던 '게이' 하비 밀크의 생애를 다룬 영화 [밀크 Milk]를 보았다.[각주:1]영화가 끝나가면서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거의 울 뻔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박수를 쳤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박수 소리가 잠시 터져 나왔다. 내가 샌프란시스코인이라면, 저 하비 밀크라는 사람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게이이건, 아니건 간에. 

하비 밀크는 마흔 살이 될 때까지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가 지하철에서 꼬신 녀석과 침대 위에서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을 축하하면서 난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어, 그리고 오십 번째 생일을 난 기대하지 않아, 라고 말을 했는데, 그는 마흔 살이 넘어서부터 많은 것을 이루어 내었고, 마흔 여덟 살에 시청 안에서 암살 되었다. 

하비 밀크는 마흔 살에 샌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 거리로 이주해서 사진기를 파는 가게를 열었고, 그 가게는 곧 게이들의 동네 사랑방이 되었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출발점이 되었다. 하비 밀크는 처음에는 머리도 기르고 수염도 깎지 않고 옷도 편한 데로 대충 입었지만, '정치인'이 되고 부터는 말쑥한 정장에 머리도 짧게 깎고 수염도 다듬기 시작했다.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거리에서 시위가 일어나자 하비 밀크가 자기와 같이 일하던 한 녀석에게 너는 운동가, Activist 니까 확성기를 들고 거리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라고 말하곤 자신은 혼자 시청으로 뛰어가서 그 운동가 녀석이 사람들을 몰고 시청에 오기 까지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 운동가가 사람들을 몰고 시청에 오자 하비 밀크는 시청 문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달랜다. 전략적인 모습이었다.

하비 밀크는 연애 지상주의자도 아니었고, 명랑 사회 이룩해보세, 라는 사람도 아니었고, '보헤미안 예술가'는 더더욱 아니었다. 사십 대 초반에 조그만 사진기를 파는 가게를 열고 '커밍 아웃한 게이'로 살면서 경제적인 수입에 맞추어서 '보헤미안'적인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가 해낸 가장 큰 업적은 학교에서 '게이'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인 주(state)민발의안 6, Proposition 6 의 통과를 저지시킨 것이다.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국가이고 시시각각 정체성이 변해가는 나라 미국에서 합법적이냐 불법적이냐라는 잣대는 대단히 중요하다.) 현재 미국의 상황은 이러하다. 2008년 미국 대선때 캘리포니아 주, 에서는 '게이-레즈비언'들이 결혼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인 주민발의안 8, Proposition 8이 통과 되었고, 아시아인과 기독교인, 혹은 그 두 개의 범주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이 법안을 통과하는데 한 몫 단단히 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캐나다의 브리티쉬 컬럼비아라는 주, 에서는 '게이-레즈비언'들이 결혼하는 것은 이미 합법적이다. 

이 영화 [밀크 Milk]는 여러가지 부분에서 한국의 '좌파'들에게 영감을 줄 소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일제고사를 반대하고 현장수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무려 해고씩이나 된 교사들을 위로해 줄 여지도 있다. 이건 그냥 느낌인데 이 영화가 2009년 4월 23일 한국에 개봉되면 어느정도 눈에 보이는 반향이 있을 것 같다. (그러하더라도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식코 Sicko]가 개봉했을 때 처럼 미국의 상황을 빌어다가 한국의 상황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비극적이기는 하지만.) 아, 그리고 영화에 대해 언급한 내용 중에 어쩌면 내가 세부적인 부분에서 잘못 알아 듣고 헛소리 하는 내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1. 내 오른쪽 옆에는 나와 같이 영화를 보러간 - 어쩌면 새로운 여자 친구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 미국에 산지 이제 오 년 째가 되가는 한 여자 아이가 앉아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여전히 대사를 완전하게 못 알아 먹어 상황을 보아가면서 대화를 짐작하곤 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알고 보니 동행인이 자신도 그러했다고 해서 잠시 동질감이 느껴졌다) 내 왼 쪽에는 한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와 같이 앉아 있었다. 그 흑인 남자는 레게 파마 머리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멋을 낸다고 레게 파마를 시도하지만, 흑인 남자들은 곱슬거리는 머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레게 파마를 시도 한다. 그리고 찰랑거리는 쭉 뻗은 머리를 부러워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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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카테고리 없음 2009. 1. 13. 06:05

예전에 서점에서 뒤적거리면서 낄낄거렸던 작가 이기호의 최순덕 성령충만기를 웹에서 다시 읽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난 이런 유머를 참 좋아한다. 작가 이기호가 구사했던 어법의 원전을 훔쳐서 한 번 끄적거려 보았다. 


...그런즉 당구, 스타 크래프트, 골프, 이 세 가지는 한국 남자들과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골프라...



(난 고등학교 때는 당구를 쳤고, 대학 때는 스타 크래프트를 했다.)


덧. 국회에서 싸웠던 소위 '민주당 사람들'은 분명 민주당 국회의원들 보다 당직자들이 더 많았을 것이고, 먹고 살기 위해서 그 곳에 불려 나와 '대신' 싸웠을 것이다. 국민은 '대신' 정치적 결정을 하라고 국회 의원들을 뽑았고, 일부 국회 의원들은 '대신' 몸으로 싸우라고 당직자들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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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연습

짤막한 거 2009. 1. 5. 12:28

하나. 

'정'은 한국인에게만 있는 지극히 특수한 감정이다. 어떤 외국인이 '정' 을 이해하는 순간, 그 외국인은 온전히 한국인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정'은 한문으로는 '情' 라고 쓴다. 그리고 한문은 중국의 글자다. '정'은 한국인에게만 있는 지극히 특수한 감정이다.


두울.

백인들은 이중적이라 인종차별적인 생각들을 꺼내 놓지 않지만, 한국인들은 솔직 담백하기 때문에 인종차별적인 생각들을 바로바로 꺼내 놓는다. 그러므로 한국인 들이 훨씬 더 인간적이다.


세엣.

한국인들은 모두 한 가족이다. 모두가 오빠, 형, 누나, 언니이거나 동생들이다. 규모가 작은 회사일 수록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회사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문구로 십 년 동안 광고를 해 왔다. 한국인들은 모두 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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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짤막한 거 2009. 1. 5. 11:58
연예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웃고 떠든다. 그걸 보면서 시청자들은 아, 쟤네들도 우리하고 별다를 바 없이 똑 같이 노는 구나라는 공감대를 보낸다. 허나, 연예인들은 브라운관 앞에서는 시청자들과 똑같이 놀지만, 브라운관 뒤에서는 결코 시청자들과 똑같이 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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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진

에세이 2008. 12. 29. 12:42
십 년 전에 찍은 가족 사진이 한 장 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옷을 차려 입고 사진관으로 향했고, 아직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동생들은 교복을 입고, 난 어설픈 정장을 걸치고 부모님과 함께 사진관으로 나섰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찍은 가족 사진이다. 그냥 저냥 팔 년 동안 지갑 속에 넣고 다니다가 이 년 전에 그 사진을 좀 자세히 들여다 보다가 문득 조금 놀라면서 그 사진이 우리 가족의 관계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진의 구도가 우리 가족 그 자체를 말하고 있었다. 그 가족 사진은 중간에서 약간 오른쪽 쯤에 어머니가 위치해 있고, 그 어머니의 둘레를 나와 동생들이 둘러 싸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아버지는 왼 쪽에 홀로 계시다. 

그 구도는 사진관에서 일하는 사진사가 주문한 구도다. 물론 사진사는 가족 관계에 대한 어떤 직관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그날 입고 온 가족 구성원들의 옷 차림과 색깔을 고려해 가면서 전체 구도가 어떻게 하면 가장 보이기 좋게 나올까를 고민하면서 찍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에 커트 코베인의 전기물을 읽는데 전기 작가가 코베인 가족의 사진을 통해서 그 가족 관계가 얼마나 위태롭고 파탄 일보 직전이었는지를 묘사하는 부분이 있었다. 아들과 아버지는 사진의 왼쪽에 위치해 있고, 딸과 어머니는 사진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고, 마치 그 들 사이에는 어떤 선이 그어져 있는 것 처럼 찍혀 있다고 하는데, 그 사진의 구도는 그 가족 관계와 그대로 닮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금 십 년 전에 우리 가족 사진을 찍었던 사진사가 어쩌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 사이에 흐르고 있는 미묘한 공기를 포착하여 가족 사진 안에 담아 내었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득 웨딩 촬영을 전문적으로 오랫 동안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부 화장 때부터 신랑신부 가족과 친지들의 단체 사진을 찍는 와중에 그 사람들은 어쩌면 신랑 신부가 혼수 때문에 싸웠는지 안 싸웠는지, 두 사람을 '독립 시키는 데' 필요한 재산은 어느 집안에서 더 많이 부담했는지, 아니, 더 나아가 두 사람은 앞으로 대략적으로 얼마 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할 지 등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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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함

에세이 2008. 12. 26. 08:03

효도 차원에서 몇 년 만에 어머니와 교회를 갔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이전에 경건한 공간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조그만 교회였고, 그런데로 경건한 분위기가 풍겨왔다. 안은 전혀 통일성이 없었고 이런 저런 선들로 어지러웠다.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설교가 있었고, 입교식과 세례식이 이어졌다. 이제 막 만 18살로 성인이 된 몇 명의 사람들이 기독교 교리를 받아 들이고, 앞으로 그 교리에 맞추어 살겠다고 선서를 하는 순간이다. 그 들을 바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순간 교차했다. 그런데, 순간 몇 명의 사람들이 일어나서 똑딱이 디카들을 눌러 대었다. 기념촬영. 순간 저들의 손에 든 디카들을 뺏어서 벽에 던져 부수어 버리고 싶었다.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간들이 훨씬 더 경건하고 종교적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연주와 제니스 조플린의 목소리는 대단히 종교적이다. 패티 스미스는 무대 위로 신을 불러 온다. 한국 고유의 리듬이 아니라 일본의 리듬이니 어쩌니는 하지만, 사물놀이의 리듬은 대단히 종교적이다. 사방팔방 주위를 둘러 보아도 도무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으로만 이루어진 공간들이 훨씬 더 경건하고 종교적이다. 불교에 본격적으로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선불교 참선을 할 수 있는 공간에 가는 것은, 왠지 좀 겉멋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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